올해는 ‘가야산 도깨비불’의 방화범을 잡을 수 있을까. 인근 주민들과 충남 서산시가 14년간 계속된 의문의 산불을 막고 방화범을 잡기 위해 하늘에서는 패러글라이딩 순찰을, 땅에서는 매복을 펼치는 입체 방어작전에 나섰다. 하지만 방화범이 고도의 지능범이어서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산지역 패러글라이딩 동호회원 30여명은 서산시와 협력, 2일부터 산불감시를 위해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당초 가야산 인근인 도비산에서 비행을 해온 이들은 아예 비행장소를 가야산으로 옮겨 매주 2차례 공중감시를 하고 있다.
이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것은 회원 전체가 아마추어 무선자격을 갖고 있어 서산시 산불방지 종합대책 상황실과 연락을 취하면서 즉각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하늘에서 산불이 난 장소 주변을 샅샅이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도 장착했다.
이들이 산불감시에 나서게 된 것은 이 지역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1992년 식목일 전날인 4월4일 해미면 대곡리에서 산불이 난 것을 시작으로 14년간 크고 작은 산불이 100여 차례나 발생해 47㏊가 잿더미로 변했다.
지난해 식목일에도 산 중턱에서 불이 나 임야 등 15㏊를 태우고 8시간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산불을 낸 방화범은 찾지 못하고 있다.
산불 발화지점은 대부분이 한서대 반경 2㎞(37건) 이내다. 시기도 대부분 2월말부터 4월까지.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 예보에 맞춰 전날에 일어나거나 마을 사람들이 모두 여행을 간 사이에 불이 나기도 했다.
따라서 “원한이 있는 사람이나 정신이상자가 저지른 방화”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서산시나 소방 당국도 방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산 중턱에 대학이 들어서면서 지기(地氣)가 손상됐기 때문”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나온다.
패러글라이딩 순찰 이외에 다른 방안들도 동원됐다. 서산시는 우선 마을 주민과 공무원으로 매일 밤 매복조를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야간초소를 4곳으로 늘리고 순찰인원 역시 18명에서 20명으로 증원했다.
또 1억5,000만원을 들여 곳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가야산 기슭 2곳과 인근 팔봉산 성왕산 정상에 각각 설치된 무인카메라를 24시간 가동,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결정적인 제보나 신고를 한 사람에 대한 포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렸다.
서산시 관계자는 “올해는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산불방지에 나섰다”며 “실화나 방화는 물론, 입산통제구역 무단 입산도 처벌규정을 엄격히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도깨비불 예방과 방화범 검거가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주민은 “주민들이 20㎙ 간격으로 산 전체를 둘러싼 채 매복을 하거나 경찰이 합동수사본부를 차리고 수사를 하는 와중에도 불이 났다”며 “답답한 마음에 마을기금 40만원을 들여 굿까지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서산=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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