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어제 오너 일가 및 그룹의 사회공헌 구상과 책임경영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은 삼성의 비대화를 보는 우리 사회의 반감과 우려를 불식하지 않고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이건희 회장의 뜻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는 물론 거의 모든 영역에 미치는 삼성의 영향력을 빗대 ‘삼성공화국’이란 말까지 생기면서 기업의 행태와 역할, 오너의 도덕성과 지배구조의 정당성 등이 사회적 의제로 제기된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귀국회견에서 ‘사회적 소란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인정했던 이 회장은 “그 동안 기업경영에 온 힘을 쏟아왔지만 사회와 더불어 발전하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 소홀했고, 특히 정치자금과 자식들에 대한 증여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 삼성은 오너 일가의 8,000억원대 사회기금 출연, 사회공헌사업 5,000억원대로 확대, 경영권 등 관련된 정부 상대 소송 취하, 기업경영 옴부즈맨 제도 도입, 구조조정본부 축소 및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등 강도높은 처방을 제시했다.
이번 결정의 내용 및 수준을 놓고 많은 내부논의와 고심이 있었을 것이고 이에 대한 판단과 평가 역시 다양하겠지만, 삼성이 문제에 솔직하게 접근하면서 국민의 정서에 부응하는 해법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다.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과 사회적 책임 통감이 변칙상속 의혹 수사를 잠재우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으나, 한국의 대표기업이 투명성과 윤리 문제에 발목 잡혀 질척거리는 것은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닌 까닭이다.
그렇다고 삼성의 시선이 기업 내부나 국내로만 향해서는 안 된다. 지금 유수한 해외기업들이 ‘타도 삼성’을 외치는 것만 보더라도 삼성이 헤쳐가야 할 경영환경은 험난하다. 경영목표를 차질없이 실현, 실업난과 양극화 해소에 일조하되 “경쟁에서 이기는 기업만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잭 웰치 전 GE회장의 말을 꼭 기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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