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지난 주 유프로니오스 도자기를 이탈리아 정부에 돌려주기로 했다. 30년 전부터 도둑맞은 유물이라며 돌려달라는 이탈리아 정부의 요구에 손을 든 것이다.
최근 이탈리아 그리스 페루 등이 잃어버린 유물을 되찾기 위해 소송까지 내면서 밀반출 유물이 국제적 논쟁 대상으로 떠올랐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암약하는 전문 도굴범은 수 백 명에 이른다.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고대 로마 시대 유물 중 80%가 바로 도굴범의 손을 거쳐갈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은 크다.
도굴범들의 목표는 ‘한 건’을 터뜨리는 것. 이름난 유물 하나는 최소 수 십만 달러를 호가한다.
이탈리아 최고의 도굴범으로 꼽히는 피에트로 카사산타(68)는 1992년 로마 동쪽 공동묘지에서 발견한 아테나 여신상 머리, 헤라상 손, 제우스상 일부 등 ‘3자상’을 팔아 100만 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탈리아 경찰 관계자는 “몇몇을 빼고는 대부분 도굴범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도굴범 잡기에 온 힘을 쏟는 것도 도굴범들을 부담스럽게 한다. 이탈리아 경찰은 최근 비밀 정보원을 고용하고 헬리콥터로 샅샅이 뒤지는 동시에 도굴범들이 나타날 만한 곳에 첨단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감시를 뚫고 어렵사리 물건을 찾아낸다 해도 파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암시장에서 거래해야 하는데 최근 범죄 조직들이 유물 암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 도굴범들이 물건의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빼앗기는 경우가 태반이다.
카사산타도 94년 가을 집 부근에서 캐낸 아폴로 상을 이집트 조각상 4점과 함께 독일 구매상에게 넘기는 대가로 1,0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범죄 조직과 손을 잡은 독일 구매상은 45만 달러를 주고 등을 돌렸다.
카사산타는 아폴로상을 찾겠다며 독일까지 날아갔지만 조직 폭력배로부터 살해 위협만 받고 돌아와야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이탈리아 경찰을 찾아 자수했고 이탈리아 경찰은 그가 제공한 정보로 독일 경찰과 공조 수사를 펼친 끝에 아폴로 상을 회수했다.
도둑, 사기꾼이라는 비난에 대해 도굴범들도 나름대로 변명이 있다. 50년 넘게 도굴범 생활을 해 온 카사산타는 “내가 찾지 않았더라면 모든 유물은 땅 속에서 썩고 말았을 것”이라며 “나는 영웅이다”며 자부했다.
그는 이어 “수많은 유물이 묻혀있어도 정치인들은 그 위에 버젓이 골프장이나 건물을 지었다”며 “이제 와서 유물을 되찾겠다고 난리지만 너무 늦었다”고 꼬집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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