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증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정동민 부장검사)는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이 에버랜드 CB를 헐값으로 인수하는 과정에 삼성그룹 비서실이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1996년 CB 발행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에 있었던 핵심 관계자로부터 “비서실이 이 회장 자녀들의 재산을 대신 관리해 오던 중 ‘자산운영’ 차원에서 에버랜드 CB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사전에 이 회장 자녀들에게 인수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삼성은 그 동안 계열사들이 CB 인수를 포기해 인수자를 물색하던 중 이 회장 자녀들이 인수 의사를 밝혀 CB를 배정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에게는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에버랜드 CB 인수가 삼성 경영권 승계의 발단이 된 만큼 비서실 뿐 아니라 이 회장을 비롯한 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 회계법인 3곳에서 압수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회계 자료 분석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3~4월께 이 회장과 이 회장 자녀들,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 현명관 당시 그룹 비서실장 등 핵심 피고발인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소환이 임박한 시점에 이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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