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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개권유익(開卷有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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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개권유익(開卷有益)

입력
2006.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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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사회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월별 도서 구입비가 신문 구독료를 포함하여 1만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도서 구입비가 화장품 등 외모를 가꾸는데 소비되는 비용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실은 우리사회의 외모 지향적 일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을 더해준다. 물론 외모를 가꾸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우리의 의식, 즉 속빈 강정처럼 겉모습은 멀쩡한데 내면이 차지 않은 껍데기만을 위한 삶을 지향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서구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빗대어 사용하는 말이 있다. ‘집은 좋은데 대답하는 이가 없다(nice house but nobody answer)’, 겉은 멀쩡한데 속이 비었다는 의미이다.

이들 역시 이런 말을 즐겨 쓰는 것을 보면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질책이 보편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혼자 있을 땐 독서를, 둘이면 토론을, 셋이면 노래를 부르라’는 속담 역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똑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자신의 내면을 위해 가구당 월 1만원도 투자하지 않는 정신적 빈곤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감각적 환경, 미디어 중심의 환경으로 변화된 우리사회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지만 독서 기피증은 우리사회의 가치적 삶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내적 가치가 뒷받침되지 않는 외적 가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독서는 지식 그 자체는 물론 지식과 개인의 경험, 나아가 자아와 타자를 끊임없이 연결하고 통합시키기는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의 기피는 정신의 황폐화로 이어지게 되며, 정신의 황폐화는 삶의 바탕이 되는 철학의 빈곤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물론 바쁜 일상에서 책을 가까이 하기엔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 안에 잠재해 있는 작은 게으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게으름이 정말 우리 속에 견고한 또아리를 틀기 전에 부지런을 떨어보면 어떨까. 그래서 우리 생활이 좀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면 이야말로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한병선<교육평론가ㆍ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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