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먼저 아닙니까. 직원들이 일을 해보겠다는 데 사장실은 물론 안방까지 못 내놓겠습니까?”
주말인 4일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세계주니어 선수권대회가 한창인 강원 홍천 대명비발디파크내 스키센터 2층 스포츠영업팀 상황실에서 만난 박흥석(49) 대명그룹 총괄사장은 ‘자리’보다 ‘일’을 강조했다.
슬로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누가 봐도 ‘최고명당’ 자리였다. 과거에는 사장실이었는데 3년 전 김영년 본부장이 상황실로 쓸 것을 제안하자 박 사장이 흔쾌히 내줬다고 한다. 체면이나 격식 보다는 일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경영 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명그룹은 올해를 ‘제2 창업’ 원년으로 삼고 있다. 1979년 대명건설을 모 기업으로 출발한 대명은 87년 레저 사업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90년대 양평과 설악 등으로 콘도 사업을 확장하다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98년 6월 부도를 냈다. 대명은 설상가상으로 창업주인 서홍송 회장까지 운명을 달리해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결국 그룹의 운명은 대명에서 잔뼈가 굵은 박 사장에 맡겨졌다.
2002년 총괄사장에 취임한 그는 난파한 ‘대명 호(號)’를 일으켜 세웠고 결국 3년 만인 지난 해 말 흑자 경영으로 돌려놓았다. 저금리와 주5일 근무제 등 경제ㆍ사회적 분위기도 대명에 훈풍으로 다가왔다.
박 사장은 대명 부활의 핵심을 사원 쪽으로 돌린다. “위기 때 끝까지 믿고 따라준 직원들에게 두고두고 고맙다”는 그의 말처럼 직원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부활은 없었다.
그러나 박 사장의 ‘빠름과 느림의 조화’를 강조한 경영 철학이 있었기에 사원들의 희망도 이뤄질 수 있었다. 그의 의사결정은 느리다. 측근들이 답답하다고 할 정도로 모든 의견에 귀 기울인다.
하지만 일단 결정되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밀고 나간다. 이번 스노보드 대회 유치는 물론 단양 콘도의 재착공, 비발디의 노블리안과 골프장 완공 등이 과감하고 날카로운 결단 속에 이뤄졌고 결국 부활의 밑거름이 됐다.
42.195㎙ 풀 코스를 소화할 정도로 마라톤 마니아인 박 사장은 ‘마라톤 경영’을 강조한다. “레저 사업은 자본력이 아닌 시간과 노력, 교육, 노하우 등 4박자의 조화 속에서 마라톤처럼 장기 레이스 끝에 옥석이 가려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 사장은 이젠 대명의 도약을 그리고 있다. 그랜드 아쿠아 월드(7월 오픈), 제2스키장, 제2골프장, 산림욕장 등의 건설을 통해 비발디파크를 ‘원스톱 레저타운’으로 성장시키고 경주 콘도(4월 오픈), 양양 쏠비치의 완공과 서해안과 남해안으로의 사업 확장을 꿈꾸고 있다.
박 사장은 “규모 등 하드웨어측 면에서는 불가능할 지 모르지만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세계 5대 레저그룹’으로 키우는 게 1,400명 대명 가족의 비전이자 목표”라며 “10년 내에 이 같은 꿈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천=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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