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당권후보들은 살인적 전국순회 유세 스케줄 때문에 허둥대며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4일 새벽 2시까지 서울서 KBS 심야토론을 마치고 오전 9시 광주 망월동 참배, 광주 지역방송 토론회, 오후 3시 광주 유세를 하고 저녁에는 제주로 건너가 유세를 했다.
밤에는 각종 모임에 참석했으며 다음날인 5일 오전에 제주지역 방송 토론회를 하고 부산으로 넘어가 유세를 한 뒤 6일 오전 토론회를 하고 다시 울산으로 가는 식이다. 후보나 수행참모 모두 하루 3~4시간밖에 못 자고 있다.
이런 강행군 때문인지 임종석 후보는 4일 광주 유세에 이은 제주 유세에서 연설 내용을 잊어버려 한 동안 가만히 서있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멀뚱하니 무안해 하던 임 후보는 “죄송합니다. 까먹었네요. 허허”라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위기를 넘겼다.
최고참인 김혁규(67) 후보는 제주연설에서 “운이 없어 연설 잘하는 김부겸 뒤에 연설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전 연설자는 김두관 후보였다. 대의원들은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다. 실수는 한번 더 이어졌다. “경남도지사 임기 2년 반을 남기고 열린우리당을 탈당,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려고 참여했다”고 했다. 한나라당 탈당을 잘못 말한 것이다.
김근태 후보는 고단한 탓인지 연설도중 양해를 구하고 손수건으로 콧물을 닦기도 했다. 김 후보는 지난 2일의 예비선거에서는 능변가인 정동영 후보 뒤에 등단, “나는 연설을 잘 못한다”며 연신 콧물을 닦아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한 측근 의원은 “김 후보가 피곤한지 원래보다 말이 더 느려지고 연설 도중 콧물도 자주 흘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목이 잠겨 연설 도중 모깃소리가 나오기도 예사다. 그래서 보좌진들은 후보들의 목소리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한 후보는 5일 목에 문제가 생겨 극비리에 병원을 다녀왔다. 한 수행비서는 “목에 좋은 오미자차를 준비해 상시 대기중”이라며 “대추씨기름도 있지만 설사를 유발해 오히려 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4ㆍ2 전당대회 때도 문희상 후보가 부산지역 TV토론 일정을 무리하게 맞추다 교통사고로 10바늘을 꿰맨바 있다. 병상에 누운 문 후보는 첫날부터 대의원 유세에 참여하지 못한 바 있다.
부산=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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