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6개월동안 440권 대출 '책벌레 가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6개월동안 440권 대출 '책벌레 가족'

입력
2006.02.07 14:12
0 0

”책 읽을 시간도 모자라는데 TV 볼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달 초 대구 남부도서관이 ‘책 읽는 가족’으로 뽑은 정병태(48ㆍ대구 수성구 지산2동 현대아파트)씨 집에는 TV가 없다.

거실에 놓여 있던 TV는 수년 동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다 새해 들어서는 아예 재활용센터로 보내졌다. 쓸 데 없이 자리만 차지한다는 데에 가족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정씨 가족은 모두가 책벌레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정씨는 물론이고, 부인 우정이(44)씨, 재욱(15ㆍ지산중2)군, 장희(11ㆍ여ㆍ용지초4)양까지 책을 손에 끼고 산다. 지난해 4월 서울로 근무지를 옮긴 정씨는 주말마다 KTX로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짬짬이 책을 읽는다.

장희양은 밥을 먹으면서도 책을 보느라 잔소리를 듣기 예사고, 재욱군은 밤 늦게까지 잠도 안자고 책을 보느라 야단을 맞기 일쑤다. “책 읽는 것 보다 재미있는 일을 아직은 찾지 못했다”는 게 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는 이유다.

정씨 가족은 몇 해 전 운좋게(?) TV가 고장나는 바람에 책과 인연을 맺었다. 정씨는 “TV에 조그마한 고장이 있었는데, 이 참에 ‘TV를 멀리하자’고 의견을 냈고, 여기에 가족 모두가 동의했다”며 “이 후 TV를 끄고 책을 펼친 덕에 이렇게 가족이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6개월 동안 이들이 남부도서관에서 빌려간 책은 모두 440권. 여기에다 인근 지산2동사무소내 도서관과 친구 등에게서 빌린 책, 서점에서 산 책을 합치면 600권이 넘는다고 한다. 한국인의 평균 독서량이 1달에 1권 정도라는 통계를 떠올리면 이들의 책 욕심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이 간다.

”TV를 보지 않아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느냐”는 물음에 두 남매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연예인 얘기 등은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로 충분해요. 오히려 책을 많이 읽은 덕에 어떤 이야기 주제에도 끼어들 수가 있어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편이에요.”

정씨 가족은 일요일 마다 도서관으로 가족 나들이를 한다. 오전에 대구 남구의 한 사찰 법회에 참석한 후 곧바로 도서관으로 가 한아름 책을 빌리는 것.

이러다 보니 정씨가 주말 가장임에도 이들에게는 부부 갈등도, 부모 자식간의 세대 갈등도 없다. 우정이씨는 “이전까지는 한번에 5권 밖에 빌릴 수 없었다”며 “내가 보고 싶은 책도 많은데,아이들은 자기들 책을 더 빌리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양보를 했다”고 그 동안 섭섭했던 마음을 살짝 털어놓았다.

‘책 읽는 가족’으로 뽑히면서 얻은 ‘일반인 보다 두 배인 한번에 10권까지 책을 빌릴 수 있는 특전’이 정씨 가족에게는 그 무엇보다 행복한 선물인 셈이다.

대구=글ㆍ사진 전준호기자 jhjun@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