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신문의 마호메트 모독 만평에 분노한 이슬람권의 항의 시위가 대사관 방화 등 폭력 사태로 번졌다.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의 적대를 상징한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 파문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그러나 서구를 비롯한 국제 사회가 폭력 사태를 개탄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모욕적 만평을 옹호하는 행태를 한층 강하게 비난하는 것은 다행스럽다. 서구의 반성이 이슬람권의 자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9월 덴마크 신문이 마호메트를 폭탄 테러리스트로 풍자한 서평 삽화를 실은 것이다. 이 만평은 즉각 현지 이슬람 주민의 반발을 불렀고, 여러 이슬람 국가가 덴마크 정부의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덴마크 측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신문이 잇달아 덴마크 신문과의 연대를 표방하며 문제의 만평을 게재, 이슬람권의 분노를 덧들였다.
이슬람 국가들이 대사 소환 등 강경조치를 취하고 민중 시위가 유혈사태로 치닫자, 서구 일각에서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바티칸 교황청이 이슬람 모독을 꾸짖은 것을 비롯해, 다른 종교와 문명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촉구하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슬람 지도자들이 폭력 자제를 호소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국제 사회가 오랜 종교와 문명 간 갈등 끝에 공존의 지혜를 깨친 느낌이다.
서구의 양심적 언론이 자유와 관용에 관한 이중 기준을 지적한 것은 특히 새겨 들을 만 하다. 예수 모독을 공공의 안녕을 해친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서구 사회가 마호메트 모독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비호하는 것은 오만한 편견이라는 것이다.
이는 또 기본권 옹호가 본질적으로 서구 속의 이슬람 신도 등 사회적 소수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오해한 것이라고 나무라고 있다. 이런 지적을 서구와 이슬람권의 갈등을 객관적으로 보는 토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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