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화학공장 청소용역 업체 근로자가 전신마비 언어장애등 유기주석 중독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예라고 한다. 독성 화학물질을 다루는 산업현장의 안전 불감증과 당국의 감독 소홀을 함께 드러낸 사고다.
유기주석 화합물은 종류가 많고, 지금도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인다. 대표적 물질인 트리부틸주석(TBT)은 선박이나 각종 해양구조물, 어망, 어구 등에 조개류가 달라 붙는 것을 막는 ‘방오(防汚) 도료’나 목재 방부제 등으로 흔히 쓰였고, 지금도 폴리염화비닐(PVC) 안정제 등으로 쓰이고 있다. 그 맹독성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은 관리대상 물질로 규정, 특수 배기장치를 갖출 것과 보호장구 착용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노출기준(0.1㎎/㎥)도 정해져 있다. 그러나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이런 안전규정이 무시돼 왔음을 이번 중독 사건이 일깨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화학물질 안전관리 태세를 전면적으로 점검할 것을 촉구한다.
유기주석의 또 다른 위험은 다이옥신이나 폴리염화비페닐(PCB) 등 맹독성 물질과 마찬가지로 극미량으로도 생체의 내분비 계통을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의 하나라는 점이다.
오랫동안 마구잡이로 선박이나 해안구조물 등에 방오 도료로 사용된 결과 국내 연안의 오염이 심각해졌다. 대개의 환경호르몬이 암컷화를 촉진하는 반면 TBT는 고둥 등 조개류의 현저한 수컷화를 부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연안 어패류에 1,000배 이상 농축된 것으로 확인돼 인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돼 왔다.
현재 TBT를 비롯한 주요 유기주석 화합물이 0.1% 이상 포함된 화학물질의 제조ㆍ수입ㆍ사용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0.1% 미만의 농도로도 환경호르몬 효과를 갖는다는 지적을 신중히 검토, 방오도료로서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 유럽연합(EU) 등의 예에 따른 추가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이번 중독 사고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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