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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DJ납치 등 30년 지난 외교문서 191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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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DJ납치 등 30년 지난 외교문서 191건 공개

입력
2006.0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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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는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을 둘러싸고 한일 양국이 벌인 외교협상을 포함, 30년 이상이 지난 외교문서 191건, 1만7,000여쪽을 5일 공개했다.

공개 문서에는 전투기 베트남 이양을 둘러싼 한미간 설전, 민청학련 관련 일본인 구속사건, 지학순 천주교 원주교구장 구속사건, 한국군 군사력 증강계획 등도 포함돼 있다.

김대중 납치사건은 98년 이후 정부기록보존소와 외교부의 문서공개, 언론에 보도된 안기부의 극비문서 등을 통해 실체의 상당부분이 밝혀졌다.

따라서 이번 외교문서는 새로운 사실보다는 정치적 타결에 치중했던 한일간 협상을 확인시켜 준다는데 의미가 있다. 일반인 열람은 6일부터 허용된다.

■ 김대중 납치사건 둘러싼 한일협상

다나카, JP에 "日문제제기는 겉치레"

‘김대중 사건을 위요(圍繞)한 외교교섭’ 등 공개문서에 따르면, 73년 8월8일 김대중씨가 도쿄(東京)에서 납치된 뒤 당시 외무부는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해 중앙정보부로부터 정보를 듣고 일본과 협상을 벌였다.

사건 발생 초기 일본 경찰은 주일 대사관에 근무하던 중앙정보부 소속 김동운 1등 서기관을 용의자로 지목, 출두를 요청했다. 김 서기관이 7월 흥신소에 김대중 소재 조사를 의뢰하고, 납치도중 엘리베이터에서 목격됐으며, 사건 장소인 그랜드팔레스 호텔 2210호에서 지문이 발견된 점 때문이다. 김 서기관은 사건 직후 귀국했다.

일본 정부는 사건 초기 한국 정부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등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우시로쿠 도라오 주한 일본대사는 8월15일 윤석한 외무차관을 만나 “납치사건이 매우 숙달돼 경찰을 능가한 점과 김 씨가 제3국으로 가거나 죽지 않고 자기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아 어떤 기관이 개입했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또 9월 한일각료회의 연기와 경제협력 차질을 거론하며 압박을 가했다.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UNCURK)도 한국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지적한 보고서를 유엔본부로 보냈다.

그러나 김대중 씨가 10월26일 자택 기자회견을 통해 연금해제 사실을 밝히면서 일본측은 정치적 타결로 선회했다. 여기에는 정치적 타결에 애를 썼던 한국 정부의 노력도 영향을 미쳤다.

사건을 마무리한 김종필 국무총리와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총리의 11월 2일 도쿄 회담은 밀실에서 이뤄진 정치적 거래의 냄새가 풍긴다.

다나카 총리가 “김동운의 행위에 공권력이 개재된 것이 판명되면 새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김 총리는 “다타마에(겉치레)로 얘기해 두려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다나카는 “다타마에”라고 대답했다. 다나카 총리는 이어 “김 총리의 방일로 문제 해결에 있어 명분이 좋아졌다. 수사본부는 서서히 눌러가면서 없애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대중 씨에 대해서도 “아무튼 그 사람은 여기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후 김 씨가 일본에 오면 내쫓겠다고도 했다.

김 총리는 이에 “(박정희) 대통령께서도 당신 입장이 난처하지 않도록 배려할 것이니 이제 김대중 사건은 완전히 잊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하자, 다나카는 “지나간 얘기를 자꾸 되풀이해봐도 의미가 없으니 이제 이 문제는 파(골프용어)로 하자”고 화답했다.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유감의 뜻을 담은 박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 지학순주교 구속사건

지학순주교 교구장 해임시키려…정부, 교황청과 물밑협상 벌여

지학순 천주교 원주교구장이 74년 7월6일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연행되면서 이 사건은 국내외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정부와 교황청은 타협을 시도했다. 루이지 도세나 주한교황청 대사는 7월11일 노신영 외무차관을 방문, “선고 이전에 타협을 원한다”는 뜻을 전했다. 김정태 외무부 차관보는 8월1일 도세나 대사에게 “가톨릭교회와 대립할 의도는 없다”며 “(교황청이) 지 주교를 원주교구장에서 해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설득력있는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朴대통령-美대사 설전

美대사 "월남에 한국 공군기 이양"…朴대통령 "대신 미군기 넘겨달라"

72년 베트남 휴전을 앞두고 한국 전투기의 베트남 이양 문제를 둘러싸고 박 대통령과 필립 하비브 주한 미 대사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박 대통령은 하비브 대사가 베트남의 공군력 보강을 위해 한국이 보유하고 있던 F-5A전투기 48대를 이양할 것을 요청하는 닉슨 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자 “우리 공군을 무력화하면서까지 협조할 수 없다”며 대신 미국이 F-4A 1개대대(18대)를 한국에 제공하라는 역제의를 했다.

하비브 대사가 “한국에 넘겨줄 F-4는 없고, 한국 조종사의 훈련을 위해 T-38훈련기를 제공하겠다”고 다시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평양서 여기까지 5~10분이면 오는데 공격받으면 즉각 반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방위에 대한 1차 책임은 나에게 있지 미국 대통령에 있는 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 대통령은 60년대 말 미 푸에블로호 나포사건 등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자, 치밀한 외교전을 펼쳐 미국이 동맹국에 지원하는 특별군사원조금 5,000만 달러를 받아내기도 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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