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9시 일본 미야자키현 종합운동공원 내 선마린스타디움 매표소 앞.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200여명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스프링 캠프를 구경하려는 야구 팬들이다.
일본에선 스프링 캠프도 돈을 내야 입장할 수 있다. 요금은 500엔(약 4,500원)으로 요미우리 홈구장인 도쿄돔 일반석 입장료(2,000엔)의 4분의 1이나 된다. 올 겨울 미야자키현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프로야구단은 총 5개 팀.
요미우리와 소프트뱅크가 미야자키시 외곽, 세이부가 미야자키현 남부 난고초, 히로시마가 니치난시에 둥지를 틀었다. 야쿠르트 2군도 미야자키시 북부 사이토에서 훈련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단의 절반 가까이가 미야자키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국내 전지훈련 전통은 이미 오래됐다. 올해도 지바 롯데를 뺀 11개 팀이 국내에서 올 시즌을 준비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그렇지만 냉정히 따지면 일본 내 캠프지로 각광 받고 있는 규슈나 오키나와가 최고의 스프링캠프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2월 중순에도 간혹 눈비가 내리거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는 잦은 비로 고생할 때가 많다.
이 같은 악조건(?)에도 일본 구단들이 국내 전훈을 고집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유는 오직 하나, 팬들 때문이다. 팬이 있기에 프로야구가 있다는 정신에 입각한 것이다.
스프링캠프가 차려지는 도시는 한 달여 동안 야구에 푹 빠져든다. 특히 이름 앞에 항상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요미우리의 캠프지인 미야자키현 종합운동공원은 축제의 한 마당이다. 평일 2,000여명, 주말엔 1만 여명이 캠프를 찾는다.
단연 일본 내 최고 수준이다. 요미우리는 올 캠프기간 정식직원과 아르바이트 직원을 합쳐 200명을 상주시키고 있다. 직원들은 훈련 시작 1시간30분 전인 오전 8시30분에 운동장에 나와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이들은 선수단의 프로필, 사진이 실린 팸플릿과 당일 스케줄표를 일일이 팬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요미우리는 지난해부터 팬 서비스부를 신설했다. 최고 인기구단이지만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홍보부의 후지모토 겐지씨는 “몇 년 전부터 요미우리는 팬 서비스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서비스 담당 직원만 15명”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못지 않게 야구장 시설도 훌륭하다. 미야자키현 종합운동공원 내엔 선마린 스타디움을 비롯해 고노하나 돔구장, 타격훈련이 가능한 실내연습장, 내야 수비연습구장, 피칭연습장 등이 갖춰져 있다. 이 가운데 선마린 스타디움은 2만석 규모로 대형 스크린만 없을 뿐, 구조 면에서 한국의 인천 문학구장과 유사하다.
2004년 완공된 고노하나 돔구장은 홈에서 가운데 펜스까지 102.5m로 정규 구장보다 약간 작지만 연습경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면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38m나 되고 관중석도 800석이 마련돼 있다.
일본 프로야구단의 캠프, 특히 최고 구단 요미우리의 캠프는 구단의 노력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에 팬들의 성원이 잘 버무려져 있다. 캠프가 열리는 기간, 모두가 즐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야자키(일본)=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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