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당권후보들은 4일 광주 유세를 시작으로 지방순회에 들어갔다. 이들은 5일에도 제주, 부산을 돌며 대의원 표심을 붙잡기 위해 전력질주하며 이런저런 풍경을 남겼다.
■ 부산서는 노무현, 광주서는 김대중
당권후보들은 지역정서에 편승해 부산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광주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경쟁적으로 띄우며 ‘노심과 김심은 내편’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광주에서“90년대 당시 김대중 민주당총재가 당직자중 유일한 TK 출신인 나를 아꼈다”던 김부겸 후보는 부산에서는 “부산만 오면 불굴의 사나이 노 대통령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임종석 후보도 “노 대통령은 항상 소의를 버리고 대의를 선택했다”고 거들었다.
반면 전날 광주유세에서는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만 유달리 강조됐을 뿐 노 대통령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정동영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의 철학이 정동영 시대에 완성되도록 하겠다”고 역설했고 김근태 후보는 한 발 더 나가 “연초 ‘잃어버린 식구를 찾아와야 한다.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고 저에게 각별히 당부했다”며 강조했다. 김혁규 후보도 “김 전 대통령이 당은 달랐지만 나를 너무 좋아하셨다”며 DJ 껴안기에서 빠지지않았다.
■ 김근태의 공격 對 정동영의 칭찬
정 후보를 향한 김근태 후보의 공세는 한층 거칠었다. 김 후보는 광주 유세에서 정 후보가 제안한 20대 정책과제에 대해 “이미 제도화됐거나 실현을 앞두고 있다”며 “바빠서 확인을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확인부터 분명히 하라”고 깎아 내렸다. 그는 이어 “칭찬을 하자면서 정청래 의원(정 후보 대변인)을 시켜 인신공격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정 후보는 광주에 이어 제주유세에서도 7명 후보들을 일일이 칭찬하는 등 180도 달리 대응했다. 이 때문에 정 후보가 김근태 후보를 “개혁 정체성의 상징”이라고 추켜세우는 대목에선 김 후보가 억지 웃음을 짓기도 했다.
■ "고건·강금실 영입에 내가 적임"
장외에선 누가 고건 전 총리와 강금실 전 장관을 영입할 적임자인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정 후보측은 5일“김근태 후보가 강 전 장관과 통화를 했다고 하나 8명의 후보 중 강 전 장관을 직접 만난 이는 정 후보 뿐”이라며 1월초 양자회동설을 흘리며 분위기를 잡았다. 선거초반 이들에 대한 적극 영입을 주장해 재미를 본 김근태 후보를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김근태 후보측은 “고건, 강금실 등 양심세력과의 대연합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는 우리만 가능하다”고 맞섰다. 임종석ㆍ김두관 후보도 질세라 “강 전 장관에게 오랫동안 입당을 권해온 사람은 바로 나”라며 가세했다.
광주ㆍ부산=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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