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와 관련한 기밀 문서들이 잇달아 공개된 사실을 심각한 사태로 규정하고 문건을 유출한 ‘딥 스로트’(deep throat) 색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무엇보다 문건 유출의 정치적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강경 자주파가 이념적 의도를 갖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청와대 국정상황실의 기밀 문서들을 흘렸다면 쉽게 넘길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건 유출 의도에 대해선 세 갈래 측면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우선 참여정부 외교안보정책이 실용주의로 흐르는데 대해 제동을 걸려는 강경 자주파의 조직적 반발 가능성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파문의 확대를 우려, 겉으로는 “자주파의 조직적 공세 가능성은 적다”고 말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념적 의도 개입여부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두 번째로 파워게임 측면이다.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의 장관 취임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흠집내기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외교안보라인 인사가 별 생각없이 문서를 넘겨줬을 수도 있다.
문서를 유출한 범인이 과연 어느 기관 소속이냐에 대해서도 엇갈린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일단 NSC 내부가 지목된다. 최 의원이 공개한 NSC 회의록과 ‘국정상황실 문제 제기에 대한 NSC 입장’이란 문서가 모두 NSC에서 정리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메체인 프레시안이 국정상황실 문건을 보도한 뒤로는 국정상황실도 의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정상황실은 NSC 문건을 관리하지만 NSC는 국정상황실 문건을 받아보기 쉽지 않다.
제3기관 소속 인사의 소행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나 국방부, 통일부, 정보기관 등 다른 기관의 인사들이 친분에 따라 문건을 넘겨줬을 수도 있다.
의도나 유출자가 어찌됐든 3급 비밀문서들이 폭로된 것은 국정 보안 시스템의 중대한 허점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이들 문서를 열람할 수 있는 정부 내 인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외교안보라인의 안보불감증, 무책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공개된 문서들이 한미동맹 및 대북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현안인 전략적 유연성을 다룬 것이기 때문에 국정 문란의 생생한 증거라는 포괄적인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등 야당은 “문서 보고 및 관리 시스템 구축을 강조해온 참여정부에서 기밀 문서가 가장 많이 유출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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