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어른들은 겨울에 준비해야 할 것 중 으뜸이 나무고 버금이 식량이라고 했다. 실제로야 식량이 나무보다 중하겠지만, 한 끼 밥은 굶고 살아도 하루라도 불 안 넣은 냉방에서는 살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또 그만큼 땔감 준비가 중하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아궁이 가득 활활 타오르는 불을 우리는 장작불이라고 부른다. 그 장작불이 어느 정도 타면 너울너울하던 불길은 크게 일어나지 않고 나무 몸체에서 새빨간 불꽃만 이글거린다. 이 상태가 바로 잉걸불이다.
이 잉걸들을 꺼내 그 위에 물을 뿌리거나 눈으로 덮어두면 바로 불이 꺼지며 새까만 숯이 남는다. 사전을 찾아보면 활짝 핀 숯불도 잉걸불이라고 하고, 다 타지 않은 장작불도 잉걸불이라고 부른다. 그 잉걸로 숯을 만들기 때문이다.
거기에 비해 모닥불은 검불이나 나뭇잎, 나무 부스러기를 무더기무더기 모아 피우거나 모닥모닥 모아 피우는 불이다. 그러니까 한겨울 공사판 한 곁에, 혹은 노랫말 그대로 조개 껍질 묶어 목에 걸고 여름 밤 바닷가에서 피우는 불이기도 하다.
유난히 날씨가 추워지면 나는 옛집 부엌에서 아궁이 가득 장작불을 피우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순원 <소설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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