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그리운 게 있다면 주치의다. 네덜란드의 주치의는 의학 공부를 했지만 전문의는 되지 않은 의사들이다. 도시나 시골에서 소수의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치료를 제공한다.
그들은 아픈 이를 돌보는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100살이 되시던 해에 내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첫 번째 의사는 걸어오고 두 번째 의사는 말을 타고 오고 세 번째 의사는 마차를, 네 번째는 자전거를, 다섯 번째는 오토바이를, 여섯 번째는 차를 타고 왔단다.”
주치의는 병원의 입구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전문의를 만나야 할지 모를 때 어디로 가라고 결정해주기 때문이다. 가령 그들은 아기가 태어날 때에도 봐준다. 네덜란드에선 여전히 집에서 출산을 하는데, 출산이 쉽지 않은 경우 병원으로 가면 우선 주치의가 돕는 식이다. 네덜란드의 모든 사람들에게 주치의가 있고 자신의 환자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 그들은 팀으로 구성되어 있어 야간과 주말에 위급할 경우를 대비하기도 했다.
주치의가 바빠지면서 다른 ‘가정 전문’이 생겨났다. 바로 가정 심리학자이다. 현대 사회는 많은 심리적 혼란을 가져왔고, 많은 이들이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람들은 심리학자를 쉽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주치의는 더는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요즘 네덜란드의 많은 도시엔 주치의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대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돌보는 가족심리학자들이 있다. 가족심리학자는 환자의 집을 방문해 고민을 들어주기 때문에 환자들은 쉽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꺼낸다.
한국에서는 아프다고 느낄 때 본인이 어떤 의사가 가장 적합할지 정해야 한다. 만약 틀리면 의사가 내게 잘못 왔다고 말해줄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의사의 전공과 내가 앓고 있는 질병이 전혀 관계없는 분야일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네덜란드는 위급 시에 의사들을 빨리 만날 수 있도록 짜여있어 훨씬 효율적이다. 병원에서 전문의는 뭐가 문제인지, 왜 환자가 더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주치의가 쓴 편지를 보고 실마리를 잡기 때문이다.
대신 네덜란드엔 전문의 혼자서 운영하는 병원이 없다. 일주일 내내 이용 가능한 최고 전문의들이 있는 종합병원만이 있을 뿐이다. 또 이 같은 병원들은 모든 것이 구비돼있어 가족들이 환자를 돌볼 필요가 전혀 없다. 이처럼 다른 분야의 의사들이 함께 협력하는 제도는 환자, 의사, 간호사 등 모든 이에게 이롭다.
헨니 사브나이에 <네덜란드인·단국대 교양학부 교수>네덜란드인·단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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