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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 대모' 베티 프리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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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 대모' 베티 프리단 별세

입력
2006.02.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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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고전 ‘여성의 신비(The Feminine Mystique)’의 저자이며 현대 여성운동의 대모로 통하는 베티 프리단(사진)이 4일 미국 워싱턴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향년 85세.

1921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보석상의 딸로 태어난 그는 올A의 성적으로 스미스컬리지를 최우등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특별연구원으로 일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더 나은 취업조건을 제시 받았으나 “내 남자친구보다 나아지길 원치 않는다”며 거절할 만큼 보수적인 미국 중산층 여성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이후 출산으로 인한 해고, 이혼 등의 과정을 겪으며 그의 삶은 극적으로 선회했다.

대학 졸업 후 전업주부가 된 동창생들의 결혼생활을 추적, 탐사보도 형식으로 파헤친 ‘여성의 신비’는 1963년 첫 출간 이래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260만부 이상이 팔린 페미니즘 운동의 고전이다. 이 책은 미디어와 광고주, 사회학자, 교육학자들이 ‘여성의 신비’라는 이데올로기를 조작함으로써 여성을 가정에 속박하고 사회를 퇴행 시키고 있다며 미국의 중산층 가정을 ‘편안한 포로수용소’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여성 해방’을 위해서는 여성들 스스로 남편과 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기 정체성을 찾아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주장을 내놓아 큰 파문을 일으켰다.

프리단의 주장은 동시대의 여성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미국 최대의 여성운동단체인 NOW(전미여성기구), NARA(전미낙태권행동리그), NWP(전미여성정치회의) 등의 조직에도 관여하며 ‘전투적 페미니즘’으로 불리는 제2세대 미국 여성운동을 주도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정치학연구소, 콜롬비아대 사회과학연구소 등에서 연구하면서 전 세계를 돌며 강연활동을 통해 여성운동의 전파에도 앞장섰다.

그는 70년대 이후에는 노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 1993년 출간된 마지막 저서 ‘노년의 샘(The Fountain of Age)’에서는 “사람들이 노인들을 20년 전 여성에게 그랬듯이 동정을 베푸는 듯한 태도로 인격을 무시하고 보호하려 든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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