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노년층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편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겠다.” KBS MBC SBS 등 지상파TV 3사가 지난해 12월1일 낮 방송을 시작하며 내놓은 다짐이다. 석 달째 접어든 낮 방송이 과연 이런 목표에 얼마나 근접 했을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미디어워치팀이 1월9~13일 지상파 3사의 낮 방송(오전 11시~오후 4시) 편성과 내용을 분석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그에 대한 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은 일찌감치 우려됐던 재방송 위주의 편성. 채널별로 보면 MBC가 신규제작 4편, 재방송 3편, KBS 1TV가 신규 3편, 재방송 4편으로 상대적으로 신규제작 비중이 높은 반면, KBS 2TV는 무려 7편을 재방송으로 편성했다. SBS의 경우 재방송은 2편이지만, 기존 프로그램을 짜깁기한 ‘재활용’ 프로그램이 3편이나 됐다.
보고서는 “재방송도 필요하지만 제목과 편집만 살짝 바꿔 새 프로그램인양 편성하고, 케이블TV에서 매일같이 접하는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상황에서 낮 방송 확대 취지의 하나였던 실험적인 콘텐츠 제작이 언제쯤 실현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소외계층을 위한 편성 강화도 ‘명분’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상파 3사는 현재 낮 방송 중 모두 11개 프로그램(보도 제외)에서 자막 및 해설방송을 하고 있다. 경실련은 “프로그램에 장애인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한 채 기존 오락 프로그램, 드라마에 자막과 해설을 넣은 것만으로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이 보장됐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또 MBC가 낮 방송에 신설한 ‘1% 나눔 행복한 약속’(사진)과 ‘희망채널 더불어 사는 세상’에 후한 점수를 주면서도, 시청률이 낮지만 공익성에 기반한 프로그램이 광고수익이 적은 낮 시간대에 편성돼 오히려 접근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경실련은 “지상파 3사가 방송시간이 연장된 것에만 만족하고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방송시간 자율화가 방송민주화를 위한 기본 요건이며 시청자 복지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허울뿐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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