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해외체류 5개월만에 전격 귀국함에 따라 귀국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계올림픽을 앞둔 터여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회장이 일본에서 개최지인 토리노로 직행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면
재계에선 이 회장의 장기 공석에 대한 회사 안팎의 우려가 귀국에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적한 현안들을 해외에서의‘원격경영’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는만큼 이 회장 자신이 직접 나서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 드러난 대선자금 제공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수사 등으로 삼성 위기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분석도 강하다.
이 회장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작년 1년간 소란을 피워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전적으로 책임이 저 개인에게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발목 부상으로 휠체어를 타고 입국했지만 오랜 외유와 막내 딸 윤형씨의 사망이란 아픔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건강한 모습이었다.
재계는 이에 대해 현재 상황을 정공법으로 풀어가되 반(反)삼성의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려놓을 만한 개혁카드를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회장 자신과 직접 관련된 사건은 안기부 X파일 사건이 무혐의 처리되는 등 대부분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진행형은 에버랜드 편법증여 수사 정도다. 검찰은 현단계에서 소환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당분간 소환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의 사정은 다르다. 삼성은 이 회장이 해외에 머무는 동안 불법 정치자금 제공의혹과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 등을 통한 정치권의 지배구조 개선압박, 삼성 공화국론으로 대변되는 반삼성 분위기 등, 3대 악재로 최대 위기를 맞아야 했다. 여기에 검찰은 에버랜드 CB 헐값 배정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고, 삼성 지배구조를 뒤바꿀 수 있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시민단체 역시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재계의 관심도 이 회장의 귀국을 계기로 위기에 유난히 강한 삼성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쏠리고 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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