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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장 르포/ 포스코“중국發한파 이기자”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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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장 르포/ 포스코“중국發한파 이기자” 열기

입력
2006.02.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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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회사를 다니는 동안 전진 페달만을 밟아 왔는데, 요즘 들어‘감산’이라는 말을 처음 접하게 되니 충격입니다.”

입춘 한파가 기승을 부린 3일,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 포항공장이 자리한 포항시 남구 일대. 소금기를 머금은 영일만의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270만평의 부지에 빽빽히 들어선 공장들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40대 중반의 한 근로자는 “늘 100% 목표 초과 달성을 이야기해 오다가 지난해부터 생산량 감축이라는 말 등이 주변에서 들리기 시작해 중국의 위협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모두들 원가절감 노력과 함께 중국을 따돌리고 경쟁력을 끌어올릴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고 비장한 분위기를 전했다.

포스코는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맞서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제품 가격을 내렸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최대 20%까지 가격을 낮춘 것. 또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던 조강생산량도 올해 처음으로 지난해보다 40만톤 줄어든 3,010만톤으로 책정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은 영일만의 허허벌판에 ‘제철 한국’을 세운 포스코 맨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중국이 아직 개발하지 못한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 생산에 역점을 두고, 이번 기회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각오와 열정들이 생산현장 곳곳에서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열기가 뜨거운 곳은 7월부터 새로운 공법으로 스테인리스강 시험생산을 시작하는 스트립캐스팅(SC) 공장. 쇳물을 부어 압연과정 없이 바로 강판을 만드는 이 스트립캐스팅 공장(1,500평규모)에는 석ㆍ박사급 16명을 포함, 66명의 직원들이 휴일도 반납한 채 설비 시운전 테스트에 여념이 없었다. 기존 공정에 비해 투자비는 30%, 에너지 사용량은 무려 85%를 낮출 수 있는 획기적인 이 공법은 포스코가 1989년부터 17년간 심혈을 기울인 끝에 완성을 앞둔 공장이다. 아직까지 이 설비의 상용화에 성공한 나라가 없을 정도로 최첨단 공법이다. 포스코 SC기술개발추진반의 윤상민(46) 리더는 “이 혁신 공정은 생산성과 품질 양 측면에서 돈이 되는 공정이어서 위기타개의 효자가 될 것”이라며 “시험생산을 거쳐 2007년 말 이후 상용화하면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면서 포스코의 기술력을 전세계에 떨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에서 자동차로 3분 거리에 있는 포스코 기술연구소의 API강재(송유관 가스관 등에 쓰이는 제품) 가공연구센터도 주목을 받고 있는 곳. 이 제품은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고가 제품이지만 사막이나 극지 등에서 사용되는 만큼 고도의 제작 기술이 요구된다.

나은혜(28) 연구원은 “18명의 직원들이 현재 5등급으로 분류된 API강재를 테스트중이며, 영하 40도에서도 끄떡없는 제품을 개발하는 등 중국보다 월등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영하 196도에도 견디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심혈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문을 나설 즈음 안내를 맡은 직원에게 살짝 찔러봤다.“(모든 게)잘 될 것 같습니까” “물론입니다. 어떻게 이룬 회사인데. 미래를 낙관합니다”는 당찬 답변이 돌아왔다. 멀리 희뿌연 하늘 위로 100여㎙까지 우뚝 솟은 5개의 용광로들이 이날 따라 더욱 커 보였다.

포항=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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