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중가수 비가 세계 대중음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그것도 팝 음악의 성지(聖地)라고 할만한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 무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은 대단히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 가수에 대한 현장 관객들의 열광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의 주요 언론이나 비평가들이 보인 뜨거운 관심도 전례 없는 것이었다.
비의 뉴욕공연은 아시아를 매혹시킨 한류가 그 간의 성과를 발판으로 마침내 세계 중심시장에의 도전을 선언했다는 점에서라도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지금까지 아시아권에서 한류의 성공은 동양적 감수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특수환경의 덕을 크게 본 것이 사실이다. 문화나 감성의 뿌리가 전혀 다른 미국 등 구미시장에서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는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공연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보편성을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당장 흥분하거나 지나친 기대감을 가질 일은 결코 아니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객석 대부분은 여전히 동양계 관객이 차지했다는 점과, 공연 전 이례적으로 호의적이던 현지 언론이나 비평가들의 반응이 공연 후에는 냉정하게 돌아선 점 등을 보아도 그렇다. 아직도 우리 대중문화 콘텐츠의 질이나 독창성, 지속적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저변, 제작 시스템과 마케팅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뜻한다.
대중문화에 기반을 둔 한류의 힘이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나아가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효과를 창출해내고 있는 현상은 도처에서 목격하고 있는 바다. 우리가 한 젊은 대중가수의 미국시장 도전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비의 공연이 단지 호기심에 기댄 일회성 이벤트나 단기적 실험에 그치지 않고 한류가 바야흐로 세계를 향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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