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의 행보가 달라졌다. 눈높이를 일반 시민들과 맞추며 대면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대학 특강을 통해 정치적 비전을 밝히는 ‘고공정치’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대중 속으로’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고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부인 조현숙씨와 함께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았다. 그는 상인들과 막걸리를 함께 마시며 고충을 들었다. 다음주 초에는 인천을 방문해 지역 유지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재래시장이나 상가지역 등을 돌며 시민들과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위로 방문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마포구 상암동 삼동소년촌, 27일에는 종로구 동숭동 독거노인인 신모(81)씨 집, 28일에는 경찰병원에 입원중인 전경들을 릴레이식으로 찾았다.
이와 함께 최근엔 뮤지컬 ‘아이다’를 관람한 뒤 관람기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워놓았고,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한 네티즌과의 ‘사이버 만남’도 계획하고 있다. 젊은 층과 호흡을 같이 하려는 노력이다. 또 대학로 호프집에서 기자들과의 정례 미팅도 시작했다. 여기선 근황을 알리면서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의견도 피력한다.
고 전 총리의 이 같은 움직임은 차별화에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여야 대선주자들과 달리 한결 자유롭게 시민들을 만나러 다닐 수 있는 입장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뜻이 엿보인다. 아울러 전당대회와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내부 세력 다툼에 여념이 없는 다른 대선주자들과는 달리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시민들을 만나는 것이 지지여론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인 듯 하다.
이 때문인지 고 전 총리는 2일 정치 본격화의 시점을 묻는 질문에 “(정치권에서)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적어도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지금처럼 시민들과의 만남에 주력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그는 증세, 감세론에 대해선 “증세보다는 뼈를 깎는 정부의 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역설했다. 고 전 총리가 정치 일선의 대선주자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대권플랜의 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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