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유기주석에 중독된 환자가 발생했다. 선박의 녹 방지 도료에 주로 쓰이는 유기주석은 중독될 경우 기억상실과 운동장애, 언어장애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3일 울산대학교 병원에 따르면 울산 남구 여천동 S산업에서 근로자로 일했던 공모(43ㆍ청소대행업체 대표)씨가 지난해 8월 기억상실, 언어장애, 전신 마비 등 증세를 보여 울산대병원에 입원, 5개월간 치료를 받았다.
병원측은 공씨의 병력을 추적하고 소변을 울산과학대학과 일본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공씨가 유기주석에 중독된 사실을 확인했다.
공씨는 지난해 8월4일부터 4일간 폴리염화비닐(PVC) 안정제를 생산하는 이 회사에서 유기주석 찌꺼기를 제거하는 작업을 한 뒤 몸의 이상을 호소, 9일 병원에 입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씨는 지난달 25일에야 퇴원했지만 여전히 평형감각에 문제를 보여 제대로 걷지 못하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울산대병원 산업의학과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기주석 중독증세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일본과 프랑스 등에서 극소수의 사례만이 보고됐다”고 말했다.
유기주석은 독성이 강한 내분비 교란물질로 알려져 미국에서는 아예 사용이 금지돼 있고 일본 등은 엄격하게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구체적 규제 기준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프랑스에서 주석가스 청소작업을 하던 인부 6명이 1984년 유기주석 중독으로 밝혀져 1명이 숨지고 2명이 영구적 신경장애를 입는 등 피해사례가 보고돼 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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