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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마셜 호지슨의 세계사론 '유럽중심 세계사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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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마셜 호지슨의 세계사론 '유럽중심 세계사 바로보기'

입력
2006.02.0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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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교실에 붙어있던 지도에는 유럽과 북아메리카가 인도나 아프리카보다 훨씬 크게 그려져 있었다. 이른바 ‘메르카토르 지도’였는데, 항해에는 도움을 줄 지 몰라도 각 나라 혹은 대륙의 실제 크기는 크게 왜곡돼 있다. 시카고대학 교수를 지낸 미국의 이슬람 역사가 마셜 호지슨(1922~1968)은 메르카토르 지도에 나타난 ‘면적의 세계관’이 세계사를 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유럽과 미국 중심의 세계사.

‘마셜 호지슨의 세계사론’은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인 에드먼드 버크 3세가 호지슨의 세계사 논문과 유고를 엮은 것으로 미국에서도 호지슨 사후 25년이 지나 출판됐다.

호지슨은 책에서 아프리카와 유라시아를 잇는 아프로-유라시아의 재평가를 시도하면서 유럽은 역사 시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아프로-유라시아의 중심에서 벗어난 미미한 변방이었다고 주장한다. 그 유럽은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비로소 다른 문명 수준에 근접할 수 있었다. 호지슨은 아프로-유라시아 가운데서도 지역적으로, 문화적으로 이슬람권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며 이 지역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유럽이 왜 세계사의 주역이 됐을까. 호지슨에 따르면 중화제국, 인도제국, 오스만제국, 에스파냐제국 등 아프로-유라시아 제국들은 너무나 무거운 전통을 짊어진 채 그 속에 완비된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었다. 특정 조건에 완벽하게 적응한 결과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스스로 변하기가 쉽지 않았다.

반면 유럽은 낙후 지역이어서 개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변화에도 빨랐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유럽의 근대를 출범시킨 조건들은 중국, 이슬람 등 아프로-유라시아 전체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호지슨은 이 같은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특정 지역을 중심에 두지 말고 인류라는 상위 개념에 기반하는 새로운 세계사의 구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서구 중심의 역사 인식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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