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26)가 묵직한 러시아 협주곡으로 음반을 냈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협주곡 1번, 그리고 그와 더불어 20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프로코피에프의 바이올린협주곡 1번을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베를린필과 녹음했다.
인기 절정의 바이올리니스트와 우리 시대 최고의 마에스트로, 그리고 그가 이끄는 자타 공인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가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만 하다. 음반사 EMI가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한 여러 프로젝트 중 가장 많은 투자와 정성을 쏟은 음반이기도 하다.
수록작 2곡은 모두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걸작, 그러나 끔찍할 만큼 소화하기 힘든 난곡이다. 쇼스타코비치가 바이올린협주곡 1번을 완성한 1948년은 그가 스탈린 정권에 의해 ‘인민의 적’으로 찍혀 자살을 생각할 만큼 괴로워하던 시절이었다.
불안하게 요동치는 에너지와 어둡고 신랄한 냉소로 절망과 분노를 감춰야 했던 고통스런 내면이 이 곡에 담겨 있다. 프로코피에프의 바이올린협주곡 1번은 1917년 작곡됐다. 그 해 러시아 혁명이 터지면서 프랑스로 잠시 망명했던 그는 당시 첫사랑에 들떠있었다. 조국의 정치적인 혼돈도 사랑의 기쁨을 꺼트리지 못했는지 이 곡은 아름답고 시적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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