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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메가트렌드 코리아 "멀티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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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메가트렌드 코리아 "멀티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죽는다"

입력
2006.02.0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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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트렌드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사회 변화의 거시적 추세’이다. 최근 1, 2년 사이 많은 미래서들이 쏟아져 나왔고, 관심을 끈 책도 적지 않지만 그 중에서 기존의 저서와 여러 연구성과들을 종합하고 또 학문적인 틀까지 갖춰 한국사회의 변화와 미래 기술사회의 모습을 그려낸 책을 만나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메가트렌드 코리아’는 부족하나마 그런 모자람을 메워줄 만한 책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2003년부터 수행한 ‘정보기술(IT)의 사회 문화적 영향’ 연구의 결과물인 이 책은 향후 미래사회의 모습을 IT를 중심에 놓고 다양하게 예측했다.

여러 토론 자리에 3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의견을 내놓았고, 그 내용을 강홍렬 KISDI 선임연구위원 등 KISDI 연구자들과 이지순(서울대) 김문조 임혁백(이상 고려대) 최양수(연세대) 교수 등이 대표 집필한 것이다. 그 동안 국내 미래학은, 좀 심하게 말하면 주먹구구식이거나 앨빈 토플러나 존 나이스비트 등 해외 유명학자에게 빚지는 식이었는데, 이 책은 국내 전문가들이 썼고 제법 격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우선 반갑다.

‘메가트렌드’는 IT와 관련된 미래상을 20가지 개념으로 정리한다. 접속사회로의 전환, 양극화의 가속화, 신 유목적 민주주의의 출현 등은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다.

네오 경제 주도세력의 등장, 개인 중심의 기술 등장, 자발적 참여의 증가, 작은 힘들의 부상, 경계의 소멸,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의 등장 등은 미래사회에서 집단이 아닌 개인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전망한다. 또 신 중세적 국제사회로의 전환, 동북아시아의 다자주의화 등에서는 국제사회의 변화를 예감하고 그 예감의 중심에 선 한국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대개의 미래서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분야별 예측을 선호하는데 비해, 이 책은 개념에 따라 미래상을 나눠 ‘감’ 잡기가 조금 수월치 않다. 그런 독자들은 굳이 첫 페이지부터 이 책을 읽어나갈 필요가 없다. 책에서 제시한 개념은 서로 연관되면서도, 또한 별개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 대목부터 무작위로 읽어도 그만이다.

예를 들어 ‘커리어의 복잡화’라는 개념은 당장 독자 개개인의 생활과 관련된 것이어서 흥미롭다. ‘조직은 급변하는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바꿔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성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하나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한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했던 사람들은 이제 조직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며, 관리능력 연구능력 등 여러 능력을 두루 갖춘 사람들만 살아 남게 될 것이다.…멀티플레이어는 언제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직장으로 옮겨 다닐 것인데, 이들을 잡노마드라고 부른다.’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을 설명하면서 ‘IT혁명이 급진전되면서 과거의 균등, 모방, 단일성이라는 특징을 지니던 아날로그 경제 패러다임이 물러가고 다양, 창조, 모험성이라는 특징을 지닌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이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 ‘네오 경제 주도세력’을 다루면서 ‘우리 경제는 태동기부터 최근까지 제조업, 생산자, 남성 중심으로 개발, 발전돼 왔으나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산업, 소비자, 여성이 발전의 중심이 될 것이며, 그 조짐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IT의 발전에 따라 인간 감각기관의 능력이 훨씬 커지고, 무선장치를 이용해 중앙컴퓨터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이보그가 등장하는 미래의 기술 융합(컨버전스)은 기계와 인간이 직접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흥미롭다.

이 책이 IT를 핵심 키워드로 미래사회를 설명하는 것은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만, 아쉽게도 미래사회 전체를 입체적으로 조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느 장은 미래사회 일반에 비중을 두는데, 다른 장은 한국사회의 변화에 더 관심을 두는 등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고르지 못한 것도 약점이다. 앞으로 추가 연구를 계속한다니, 지금 한국사회의 미래에 집중해 더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작업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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