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교직을 떠나려니, 세월에 등 떠밀려 쫓겨온 느낌입니다.”
저술과 비평활동, 책읽기운동 등을 통해 국내 문화담론을 수준높게 이끌어온 도정일(65) 경희대 영어학부 교수가 28일 정년 퇴직한다. 1965년 경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83년 모교에서 교편을 잡은 지 23년 만이다.
도 교수는 3일 인문학자로 살아온 지난 30여년을 추억하며 “별로 해놓은 것은 없지만, 강단을 통해 젊은 정신들의 성장에 도움을 준 부분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학자의 목표는 인문학 전공자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라는 믿음 아래 시민 교육의 기초를 다지는데 헌신했다는 나름의 자부심이다. 그는 교양 교육으로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장(市場)의 가치가 우리 사회의 유일한 가치가 되면 인간의 삶은 파괴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도 교수는 인문학계에서 흔치 않은 ‘행동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2001년부터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 공동대표를 맡아 ‘기적의 도서관’과 ‘북스타트 운동’ 등을 펼쳐왔다. 그는 “대학에만 박혀 있어서는 소위 ‘인문학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고 사회적인 메시지로 나가야 한다는 절박감이 들었다”며 사회운동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일본대중문화 베끼기’(공저) 등의 역저를 냈고, 98년 ‘우리는 모르는 것을 경배하나니’로 현대문학상 평론부문상을 수상했다. 도 교수는 후배 교수들을 향해 “건강하고 비판적인 사고력과 지성을 가진 젊은이들을 기르는데 힘써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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