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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에의 꿈 앞에 나이는 숫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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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에의 꿈 앞에 나이는 숫자일 뿐"

입력
2006.02.0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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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어머니를 모시고 농사 짓는 40대는 독학사 3관왕에 올랐다. 희수(喜壽ㆍ77세)를 눈앞에 둔 할머니는 70세가 넘어서 다시 책을 붙잡고 중학교 졸업장을 따냈다.

경북 영천에 사는 김기태(49)씨는 3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독학사 학위수여식에서 중어중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국어국문학, 2006년 농학 학사 학위를 받은데 이어 3번째 독학사 학위다.

집안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을 끝으로 공부를 접어야 했던 김씨는 뒤늦게 중ㆍ고교를 모두 검정고시로 졸업했을 만큼 공부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90년부터 독학사에 도전했다.

하지만 장남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을 부양하면서 농사와 목공일을 닥치는대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첫번째 학위를 따는데만 10년이 걸렸다. 농학사 학위를 받았을 땐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김씨는 “이 나이에 계속 공부해서 뭐 하느냐는 질문은 등산객에게 어차피 내려올 산을 왜 힘들게 올라가느냐고 묻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웃었다. 김씨의 딸 효정(21ㆍ대학생)씨는 “잠자는 것도 줄이면서 열심히 공부한 아버지가 너무 자랑스럽다”며 꽃다발을 안겼다.

9일 대안 학교인 성지중학교를 졸업하는 전규화(76)씨는 올해 이 학교 최고령 졸업자로 중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전씨는 일제강점 말기 ‘여자는 공부하면 살림을 못한다’는 편견 때문에 소학교를 마친 뒤 공부를 접어야 했다. 열여덟 나이에 결혼해 6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웠지만 가슴 한 구석에는 항상 배움에 대한 열망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고심 끝에 2004년 성지중학교 장년부에 입학했다. 일흔을 훨씬 넘긴 나이였다. “뒤늦게 학창생활을 하는 게 걱정되기도 했지만 자식들의 격려에 용기를 냈다.” 50여년만에 다시 교과서라는 것을 손에 잡아 2년여의 과정을 충실히 마쳤다. 전씨는 졸업식에서 학교장 공로상도 받는다.

그는 “꿈을 갖는데 나이를 생각하는 건 어리석다”며 “학업을 이어가 대학 국문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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