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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역사의 사기꾼들 "마르코 폴로는 동방에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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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역사의 사기꾼들 "마르코 폴로는 동방에 오지 않았다?"

입력
2006.02.0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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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견문록은 베네치아 출신의 상인 마르코 폴로(1254~1324)가 1271년부터 1295년까지 동방을 여행하면서 겪고 보고 들은 이야기를 모은 기행문으로 알려져 있다. 책은 당시 서구인에게 동방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며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마르코 폴로가 동방을 실제로 여행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여행 경로상 적어도 한 번은 만리장성을 가로 질렀는데도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행가라면, 이 거대한 건축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다. 차 마시기나 젓가락 사용 등 당시 서구에는 없는 습관에 대해서도 기록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나라 쿠빌라이의 신하로 오랫동안 그를 수행했다고 했지만 중국 문헌에 마르코 폴로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직접 쓰지 않고 감옥 동료에게 받아 적게 했다는 대목 또한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동방견문록이 그의 체험담인지 아니면 아라비아, 페르시아 문헌의 기록과 일화의 짜깁기인지 혹은 그 보다 먼저 동방을 들른 아버지, 삼촌의 여행담을 변형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독일의 과학 전문 작가 하인리히 찬클의 ‘역사의 사기꾼들’은 동방견문록을 비롯, 상식으로 통용되는 것들이 당대의 지식 세계와 과학 등에 미친 큰 오류들을 모은 책이다. 고고학 의학 생물학 등의 오류 43가지를 추적하고 그것이 미친 영향을 살핀다.

골상학도 그 가운데 하나다. 독일 의사 프란츠 요제프 갈(1758~1828)의 두뇌 연구에서 시작한 골상학은 인종간 우열을 가리는 그릇된 학문으로 변질된다.

예를 들어 미국 의사 사무엘 조지 모턴은 1,000구가 넘는 두개골을 분석해 서양인의 뇌 용량이 2,208㎤로 몽골족 또는 인디언(2,110㎤), 흑인(1,900㎤)보다 더 크다는 결과를 내놓고 이를 바탕으로 서양인이 가장 우수하고 흑인이 가장 열등하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훗날 하버드대학 스티븐 제이 굴드 교수가 재검토한 결과, 인종간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잘못된 연구는 비극을 낳기도 한다. 1945년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조산아의 건강을 위해 산소 주입을 권고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망막병증이 발견됐고 실명하는 아이도 나타났다. 둘의 상관 관계가 뚜렷했는데도 산소 주입 중단 조치가 내려지기까지는 12년이나 걸렸고 1만여 명의 아이가 시력을 잃었다.

더 치명적인 것은 독일에서 1957년부터 시판된 진정제 콘테르간이다. 이 약품은 무해하다는 제조ㆍ판매 업체의 홍보가 거듭되면서 불안이나 입덧을 해소하기 위해 임산부까지 복용했다. 하지만 곧 사지 기형 신생아가 급증했으며 61년에는 둘 사이의 상관 관계가 밝혀졌다. 그 사이 그 약품으로 인해 독일에서만 7,000명의 기형아가 생겼고 세계적으로는 약 1만2,000명의 아동이 피해를 입었다.

“인정 받고 싶은 욕망 때문에, 학자들은 자신의 깨달음이 오류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해 오류가 발생한다.” 저자의 지적이다. 황우석 사태로 떠들썩한 한국의 현재 모습을 꼬집는 것 같다.

하인리히 찬클 지음ㆍ장혜경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발행ㆍ1만3,000원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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