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양극화/ "감세로 경제 활성화…복지 줄일 뿐" 반발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격렬하다.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정연설에서도 감세정책의 영구화를 거급 역설했지만, 민주당은 그것이 사회복지 예산의 현격한 감소를 초래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감세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는 2004년 대선에서도 중요한 쟁점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양극화가 전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은 고소득층의 부를 자본주의의 필연적 귀결로 여기는 탓에 빈부 갈등이 폭발적 양상을 띠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수의 고소득층은 더 부유해지고 빈곤층은 상대적으로 더 박탈감을 느껴야 하는 사회현상으로서의 양극화는 미국에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부시 대통령의 감세 정책은 사회적 빈곤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에 대한 논쟁과 연결돼 있어 표현이 어떻든 실질적으로는 양극화 대책을 둘러싼 갈등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공화당은 “기업가나 부자들에 대한 감세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해야 결국 빈곤층에도 혜택이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사회복지 강화와 경제 활성화는 배치되는 것이 아닌 만큼 의료보험, 주택, 고용 문제 등에서 사회보장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며 복지예산을 갉아먹는 감세에 반대한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증세론 대 감세론’, ‘성장론 대 분배론’과 본질적으로 같은 성격의 논쟁이 미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공화-민주 양당의 정책적 차이가 사회적 빈곤층의 증감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1993년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의 빈곤층 인구수 및 빈곤층 인구비율은 일관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던 것이 2001년 공화당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빈곤층과 빈곤층 비율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4년의 경우 미국의 빈곤층 인구수와 비율은 각각 3,700만명, 12.7%였는데 이는 2003년의 3,590만명, 12.5% 보다 확대된 수치다. 공화당의 감세정책이 빈곤층 대책에 관한 한 효과가 없거나, 아니면 아직 효험을 볼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것이다.
자녀가 있는 독신 여성에 대한 지원,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자금 지원 등 주 및 연방 정부 차원의 각종 빈민층 대책이 꾸준히 시행되고 있다는 점은 미국의 양극화가 심각한 갈등으로 발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 일본의 양극화/ 젊은층 소득차 커져…'격차사회' 쟁점으로
‘고이즈미 개혁’이 한창 진행중인 일본에서는 소득의 양극화를 의미하는 ‘격차(格差)사회’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 등 일본의 야당들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朗) 총리가 정권을 잡은 이후 일본 경제는 회복 세를 보이고 있으나 국민의 소득은 심각하게 양극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4일 행한 중의원 대 정부 대표 연설에서 “고이즈미 개혁은 빛과 그림자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서 국민들의 불안, 불신, 불공평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사회의 격차가 정착한 사회로 전락한 것에 대해 총리는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야당뿐만 아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대표도 “젊은 세대간의 소득ㆍ생활 격차는 장래 일본 경제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등 양극화 문제는 새해 일본 정계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에 대해 “통계 데이터로 보면 소득격차의 확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계수의 증가 등 징후는 있지만 소득분배의 증대, 고령자세대의 증가, 세대인수의 감소 등 세대 구조변화의 영향을 고려하면 소득격차의 확대현상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격차 자체는 별로 나쁜 것이 아니다”라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찬스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격차 확대를 부인하는 견해가 나오고 있어 공방은 간단하게 결론 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의 인식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교도(共同)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가 일본에서 “격차사회가 확대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경기회복으로 고용은 늘어났지만 많은 부분이 아르바이트거나 계약직 사원으로 채워지고 있고, 평균임금은 높아졌어도 양극간의 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양극화 현상을 담은 ‘하류인생’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