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포토에세이집 '그때 그곳에서' 출간 사진작가 김희중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포토에세이집 '그때 그곳에서' 출간 사진작가 김희중씨

입력
2006.02.04 09:06
0 0

인터뷰를 하러 가자고 하자 사진기자는 “50㎜ 렌즈만 들고 가야겠네”라고 말했다. 50㎜ 렌즈는 필름 카메라의 표준렌즈다. 사람이 맨눈으로 보는 것과 가장 비슷하게 ‘있는 그대로’의 피사체를 잡아내는데서 붙은 이름이다. 사진기자의 말은 물론 농담이지만, 사진가들 사이에서 김희중(金喜中ㆍ66) 상명대 석좌교수가 어떤 인물로 통하는지 짐작케 한다.

1967년 세계적인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입사, 80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팀장 겸 기획위원, 87년부터 93년까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서울특파원, 97년 월간 ‘GEO’ 편집장. 71년 미국 기자단 최우수 사진편집인상, 74년 전미국해외기자단 최우수 취재상, 82년 미국출판협회 최우수 편집상, 83년 전미국디자인협회 편집기획상.

이 화려한 수상 경력의 주인공인 다큐 사진작가 겸 편집자인 김희중 교수가 최근 ‘그때 그곳에서’(바람구두 발행)라는 생애 첫 개인 포토에세이집을 냈다.

“사진집을 만들면 영구히 기록으로 남는 것이고, 그래서 제대로 명품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개인 사진을 찍을 여유가 별로 없었던 사정도 있고요.” 경기고 1학년 시절이던 50년대 중반, 전국 규모의 사진대회에서 1등을 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던 그가 요즘에는 흔하기까지 한 포토에세이집을, 그것도 카메라를 잡은지 50년도 지난 지금에야 내게 된 이유다. 명품을 내려는 욕심은 이 사진집으로 “한 85% 정도는 충족된 거 같다”고 한다.

그의 사진이 ‘결코 충격적이거나 큰 목소리로 외치지 않’듯이, 이 사진집 역시 “마음을 편하게 하고 정감 넘치는” 장면의 연속이다. 월간잡지 ‘노블레스’에 3년 전부터 ‘그때 그곳에서’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고 있는 사진과 글을 모으고, 그의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린 73년 북한 취재기를 같이 편집했다.

50년대 중반, 지금 젊은이들은 도대체 상상이 불가능한 서울 강남 봉은사 가는 길의 한적한 풍경, 의관을 갖추고 이웃마을 잔칫집 나들이길에 나선 촌로 십수 명, 한여름 남산으로 소풍 나온 가족이 그늘 아래서 ‘아이스께끼’ 먹는 모습 등 그가 오래 전에 찍은 이 사진들은 한결같이 다정한 여운을 남긴다. 두 쪽 분량으로 사진마다 붙여 놓은 산문도 잔잔해서 읽기 좋고, 다 읽을 때쯤이면 은근히 마음을 흔든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사진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굉장히 좋은 일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한 번 보고 말 것을 두 번 보게 되고, 그러면 결국 주변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거니까요. 아쉬운 것은 디카는 너무 쉽게 찍고 쉽게 지울 수 있다는 겁니다. 사진을 찍을 때의 신중함, 집중력 이런 게 예전보다 훨씬 덜하다고 할 수 있지요.”

사춘기 시절 ‘카메라가 어떤 마술을 부리는지 알아 보라’며 아버지로부터 처음 카메라를 건네 받은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사진철학은, 카메라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해주는 ‘매직박스’라는 것이다.

“건강한 눈을 가진 사람도 보는 것은 한정돼 있습니다. 자신의 생존과 관련이 없는 것은 앞에 있어도 못보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요리조리 사물을 보게 마련입니다. 관심을 갖고 많이 보면, 많이 느끼게 되고, 많이 느끼면 많이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는 겁니다.”

김 교수는 “옛날에는 늘 보는 모습도 사진으로 찍어 현상해 놓으면 그럴 듯했지만 요즘은 감각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눈에 띄는 사진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거기에 “여운을 남기고, 보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무언가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까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면이 요즘은 좀 부족한 것 같다”고 한다. 잡지 등 매체용 사진작업을 오래 해온 그에게는 신문 사진도 관심사다.

“국내 신문의 사진편집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1면 사진이 엇비슷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색 있는 신문, 좋은 지면은 많은 것을 함축하는 의미 있는 사진을 확신을 가지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국내 신문들은 더 그럴 듯해 보이는 다른 신문의 사진을 그냥 좇아가는 식입니다.

선택에 대한 믿음이 없는 거지요.” 디카 보급 이후 늘어난 사진 보정(리터칭)에 대해 “작품성을 높이기 위한 리터칭은 가치가 있지만 그것이 사실을 왜곡하는 수준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과 조작을 가르는 기준은 “사진가의 양심”이라고 했다.

85년 귀국 후 김영삼 정권 때까지 청와대의 요청으로 대통령 동정 사진도 꾸준히 찍은 그는 요즘 대학 강의와 단행본 편집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나 기업의 대외홍보용 사진집을 여러 종 만들었고, 최근에는 이화여대와 상명대 사진집을 냈다. 지금도 몇 종의 상업용 사진작품집과 올해 개교 120년을 맞는 이화여대의 역사를 담은 사진집을 편집하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