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7일 대학 정시모집 등록을 앞두고 지방대들이 합격자들을 등록시키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합격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등록을 당부하는 것은 기본이며, 복수 합격자에게는 장학금이나 해외연수 조건을 내거는가 하면 푸짐한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전 목원대는 지난달 16일부터 학교 홈페이지에서 ‘三go초려’ 빅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등록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59명에게 30만원의 장학금을 주고, 노트북컴퓨터, MP3 등을 나눠준다는 팝업창이 줄지어 뜬다. 인터넷 쇼핑몰을 연상시킬 정도이다. 각 이벤트 코너마다 1,000명 정도씩, 총 3,000명에 가까운 예비신입생들이 응모하는 등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충북 청원의 주성대도 노트북과 디지털카메라, 전자사전 등을 내걸고 8일까지 경품추첨행사를 열고 있다.
‘등록금 할인’이나 ‘무료 해외연수’ 등으로 합격자를 붙잡으려는 대학들도 많다. 강원 동해시 한중대는 올 신입생 850명 전원에게 4년간 등록금의 40~50%를 할인해주기로 했다. 사실상 등록금을 대폭 인하한 셈이다. 자매결연고교 출신, 직장인, 만학도, 기혼여성, 가족 2인 이상 입학하는 신입생 등은 50%를, 나머지 학생도 40%를 감면받게 된다.
대구의 모 전문대는 26세 이상인 등록자에게는 ‘만학도 장학금’ 100만원, 국가공인 및 민간자격증 소지자에게는 ‘자격증 장학금’ 7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충남 금산군 중부대도 정시 합격자 전원에게 75만원씩 생활안정장학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 대학은 지난해 10월 수시 1학기 합격자 279명을 태국 일본 등에 4박5일간 연수를 보내줄 예정이다.
전남의 한 대학은 신입생 전원에게 100만원 상당의 장학금과 해외연수 가운데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전남의 또 다른 대학은 국내학생 유치가 차질을 빚자 아예 중국과 동남아권 학생들을 상대로 기숙사를 제공하는 혜택을 주면서 학생들을 모으기도 했다. 주성대는 등록자 전원에게 중국연수 혜택을 줄 예정이다.
부산 한 대학에서는 법학과 지원자 중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을 견학시켜주기도 했으며 전남지역에는 고등학교 입시담당 교사들을 대상으로 동남아 여행을 시켜주는 대학도 있다.
고교교사들을 초청해 해외여행을 보내준 대학도 있다. 충남의 모 대학은 고교 3학년 담임교사 100여명을 초청, 4박5일간 태국을 다녀왔다. 명목은‘입시개선방안 연수회’였으나 사실은 학생들을 보내달라는 접대성 외유였다.
대전의 사립대 관계자는 “1,2학기 수시모집에 정시모집, 추가모집 등을 하다 보면 365일이 입시철”이라면서 “등록때만 되면 합격한 학생을 지키고, 타 대학 학생들을 한명이라도 빼오느라 피가 마를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전국종합
■ 교수님들 "자존심 버린지 오래"
신입생을 끌어오는 최일선에 있는 지방대 교수들은 요즘 스스로를 외판원이라고 부른다.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하루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있거나 현장(고등학교)에 쫓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대학교수는 “입시철만 되면 총장과 이사장이 학생유치실적을 보고하라고 닥달하는 바람에 연구실에서 책만 볼 수가 없다”며 “정원이 차지 않으면 폐과되는 상황에서 전력투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 대학 교수들은 신입생이 줄어 3년 전부터는 봉급도 동결됐다.
부산의 이모(47) 교수는 “요즘 고3 담임교사들은 교수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 피곤하다며 아예 명함조차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학생들에게 영향이 큰 교사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존심을 버린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각자 자신의 전공을 살려 학생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피부미용학과 교수는 일선고교를 찾아가 화장법이나 피부관리 요령을 강의하기도 하고, 패션학과 교수는 옷 잘입는 법 등을 지도해주며 학생들의 환심을 사기도 한다.
부산의 모 교수는 “ 하루 평균 7개 학교를 돌아다니며 강의도 하고 개별 권유도 하고 있다”면서 “이런 일 하려고 어렵게 공부해 교수 됐나 후회가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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