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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 '어글리 코리안' 우리가 억울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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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 '어글리 코리안' 우리가 억울하듯…

입력
2006.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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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을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자신이 자기 의도와는 상관없이 전체의 대변자가 되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말, 행동, 습관 등이 거기선 ‘한국인’의 일반적 생각, 습성과 행동으로 받아들여짐으로써,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신이 ‘한국인 전체’의 대표가 되는 체험 말이다. 몇몇 여행자들의 행동 때문에 한국인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랑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이런 현상을 인류학 연구방법과 관련해 설명한다. 한 지역이나 특정 종족의 문화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는 그가 관찰하는 한 명 한 명의 말과 행동, 습관과 기질들을 그가 속한 지역 혹은 종족 전체의 특성과 연결시켜야 한다.

그 개인들은, 인류학자가 그로부터 자신의 연구대상인 지역과 종족의 문화적 특성을 도출해내야 하는 표본들이기 때문이다. 낯선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날 때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바로 이런 인류학자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태도는 서로 다른 문화권 사이의 만남을 막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특히 특정집단과 그룹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다면 이는 거기 속한 사람들과의 인간적 만남을 아예 불가능하게 한다. 가령 ‘이슬람인들은 과격하고 폭력적’이라는 부정적 선입견을 갖고있는 사람은 개인으로서의 아랍인들과 교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거꾸로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다만 ‘코리언’을 대변하는 표본으로만 받아들여진다면 우리는 그 이미지를 벗어나는 자신의 개성, 성격, 생각과 느낌을 그와 공유하기 힘들 것이다. 그에게 우리는 그저 선입견 속의 전체를 대변하는 하나의 사례로 환원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 나라, 같은 인종 내에서도 발생한다. 인종적, 지리적, 언어적으로 그 누구보다 우리와 가까운 북한인들이 남한을 방문했을 때 그들을 특정한 개인들로서가 아니라 다만 ‘북한사람’이라는 집단으로만 바라보거나, 만나는 사람을 늘 영남인과 호남인으로 구분하고 그들의 개인적 특성을 그 전체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으로 연결시키는 것 등이 그 예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집단의 표본으로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과 인격을 지닌 개인으로 만난다는 건 서로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힘든 일이다. 그 첫 발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을 그 집단의 대변자 역할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다.

김남시 독일 훔볼트대 문화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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