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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자 - 몰디브, 그 치명적인 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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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자 - 몰디브, 그 치명적인 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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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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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라면 이를 가는 친구가 하나 있다. 벌써 10년 전 일인데도 몰디브를 떠올리면 목구멍에서 울컥 넘어오는 신물마냥 여전히 씁쓸하다던 그의 이야기다.

당시 친구는 뜨거운 사랑에 빠졌었다. 많은 사랑이 그러했듯 세상 단 하나뿐이라고 믿었던 그런 사랑이었다고. 상대방의 열기도 그에 못지않았다. 아마도 둘의 사랑이 절정인 즈음, 여행을 좋아하던 그 여인 혼자서 몰디브를 다녀왔다. 그리곤 사랑이 달라졌다. 친구가 왜냐고, 무엇이 변한거냐고 물었더니 메마르게 돌아온 그녀의 대답은 그저 몰디브의 태양과 바다의 빛 때문이었다고.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길 끝에 몰디브의 말레 공항에 도착했다. 한밤중이었다. 몰디브는 1,190개의 섬들로 이뤄져 있어 그 섬들을 잇는 운송수단은 고속의 보트들이다. 다른 공항이면 셔틀 버스 정거장이 있을 자리에 말레 공항에는 셔틀 보트 선착장이 마련돼 있다.

보트는 2개의 엔진에서 굉음을 뿜어내며 암흑의 밤바다 위를 튕기듯 내달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비로드 천에 수천 수만의 보석을 깔아놓은 듯 별들의 향연이 흐드러지게 펼쳐졌다. 별빛에 눈이 부시기는 처음이다. 별과 별 사이의 빈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빼곡하다. 클럽메드 카니(Kani)리조트까지의 30분, 별바라기에 흠뻑 젖었다.

리조트의 아침을 깨운 것은 물빛의 일렁임이었다. 여독이 풀리지 않은 눈을 비벼가며 문을 나서니 밀가루 보다 하얀 백사장과 녹색 물감 풀어놓은 듯한 바다가 반겨준다. 옥색의 저 물빛, 세상에 저보다 고운 빛의 물감이 있을까. 과연 ‘지상 마지막 낙원’이라는 몰디브의 바다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클럽메드 리조트에서의 휴식이다. 스노클링 보트를 타고 나가 물속의 열대어와 희롱하거나 비치 의자에 누워 소설책 한 권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윈드서핑이나 세일링, 스쿠버 다이빙을 배워볼 수도 있다.

리조트에서의 휴식이 따분해질 즈음 ‘샌드 뱅크’라는 섬으로 호핑투어를 나갔다. 산호의 바다 한가운데 모래톱 만으로 자그마한 초승달 모양의 섬을 이룬 곳. 바다 속에서 푸른 조명을 밝힌 듯 섬 주변의 물은 녹색의 형광빛이다. 작열하는 태양의, 티끌 하나 없는 맑디 맑은 하늘빛은 먹먹하기만 하다. 바다의 빛이 저러하니 하늘빛이 맥을 못춘다.

귓볼을 스치는 바람과 물, 산호가 부서져 만든 새하얀 모래 뿐. 햇볕 쏟아지는 소리와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나도 몰랐던 가슴 속 또 다른 엔진에 발동이 걸린걸까. 온몸이 떨려온다.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벅찬 행복으로 충만해진다.

생의 눈부신 축복이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하찮아지고 머리 속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도 추억도 그 뜨겁던 사랑마저도 모두 멈춰버린다. 그저 이곳에 내가 서 있다는 것만이 최고의 희열이다.

친구를 절망케 했던 그 여인의 말이 이제야 조금은 이해되는 것 같다. 몰디브의 물빛은 그렇게 치명적이었다.

몰디브= 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길에서 띄우는 편지/ 몰디브

적도의 몰디브에 쏟아지는 햇볕은 여느 볕과 다릅니다. 거칠 것 없이 쏟아지는 그 볕에 여린 맨살이 노출되기라도 하면 바로 익어버립니다. 하지만 몰디브 리조트의 비치 의자는 그 살인적인 볕에 맞서는 용감한 휴가객들로 언제나 만원입니다. 대부분 프랑스인 등 서양인들이죠. 그 볕을 견뎌내는 두꺼운 살갗이 정말 놀랍습니다. 또 놀라운 것은 한나절 내내 그 볕 아래 누워만 있는 그들의 느긋한 여유입니다.

클럽메드에 물으니 한국인 관광객의 리조트 체류 일정은 대게 3박4일인데 비해 서양인들은 10~15일이 보통이랍니다. 휴가일수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휴가에 대한 관념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우리네 성격상 아무리 좋은 리조트라도 3, 4일만 지나면 따분함을 못 견뎌 합니다. 하지만 그네들은 하나라도 더 보고 싶어하는 우리와 달리 한 곳에서 마냥 쉬는데 익숙해보입니다.

리조트에서 만난 한 한국인 관광객은 제게 꽉 찬 스케줄을 자랑했습니다. 1일차 오전에는 스노클링으로 몸을 풀고 오후엔 세일링을 배우고, 2일차 오전에는 윈드서핑에 도전하고 오후에는 반나절 블루 라군 미니관광을 나가고… 그의 리조트 일정은 일상에서처럼 전투적이었습니다.

‘얼마나 별러서 또 얼마나 들여서 온 여행인데’라는 의지가 표정에 내비쳤고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투지가 가득했습니다. 그의 휴가에는 욕망은 가득했지만 정작 쉼에 대한 배려는 없어 보입니다. 물론 대낮에는 하루 종일 낮잠과 선탠만 즐기다가 밤이면 서너 시간이 넘는 지루한 저녁을 즐기는 서양인들의 방식이 반드시 올바른 휴식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휴식에 대한 서로의 방식에는 살갗의 두께 이상으로 간극이 커 보입니다.

이성원기자

■ 여행수첩/ 몰디브

몰디브는 스리랑카 남서쪽 인도양에 1,19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나라. 적도와 가까워 연중 기온은 29~31도로 일정하다.

철저한 회교국가로 술 반입이 금지돼있고 주민들이 사는 마을로 나들이 나갈 때는 어깨나 허벅지가 드러나는 짧은 옷은 피해야 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4시간 느리고 전압은 220볼트를 사용한다.

화폐는 몰디브 루피아(미화 1달러가 약 12.75루피아)를 사용하며 관광지에서는 미국 달러도 사용할 수 있다. 리조트 내에서는 신용카드 사용도 가능하다.

클럽메드가 몰디브에서 운영하는 카니 리조트는 말레 공항에서 고속 보트로 3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다. 2004년 12월 쓰나미 피해 이후 리조트를 전면 개보수, 2005년 12월4일 다시 문을 열었다.

지금은 해변에 지어진 슈페리어 룸과 자쿠지 비치 빌라에 묵을 수 있다. 허니무너들에게 추천할 만한 고급 수상 방갈로는 2월20일께 우선 12개 동이 오픈하고 7월께 72개 동 전체가 완공된다. 카니 리조트 5박6일 허니문 패키지 상품은 객실 등급에 따라 190만~300만원이다. 클럽메드 서울 본사 (02)3452-0123, www.clubm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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