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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라이프 - 유치원생 이성친구 "우리는 연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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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라이프 - 유치원생 이성친구 "우리는 연애중"

입력
2006.02.0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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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들도 ‘애인’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문방구점에서 파는 조악한 반지를 나눠 끼고 손을 꼭 잡고 다닌다. 방과후에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은 '어른 흉내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느끼는 특별한 감정마저 가볍게 치부해선 안 된다.

영화 ‘아홉 살 인생’의 주인공 백여민(김석)은 “이 나이에도 지키고 싶은 여자가 있다”고 말했고 ‘러브 액츄어리’의 귀여운 꼬마 샘(토마스 생스터)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랑보다 더 큰 고통이 있나요?”라고 묻지 않았던가.

“엄마, 나 사랑하는 사람 생겼어.” 7살 서연이는 어느날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한테 고백했다. ‘사랑’이란 단어에 웃음이 나는 걸 김희진(37ㆍ회사원)씨는 꾹 참았다고 말했다. “그래? 누군데?”, “창기란 앤데 너무 좋아. 화장실 앞에서 누구 좋아하냐고 묻길래 그 애한테 좋아한다고 말해버렸어. 볼에 뽀뽀도 했다.” 김씨는 딸 아이의 솔직한 고백이 고마운 한편 당황스럽기도 했다. 서연이는 ‘보라색 색종이 갖다 줘’ 하면 갖다 주고 ‘책가방도 좀 들어줄래?’하면 들어주는 창기가 착해서 좋다고 말했다. 요즘 서연이는 주말을 싫어한다. 창기가 보고 싶기 때문이란다.

진희(7) 세영(7) 준호(7)는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사이다. 진희는 섬세하고 세영이는 털털한 성격이다. 치마는 거들떠도 보지않던 세영이가 얼마전부터 어쩐 일인지 추운 날도 치마만 입겠다고 떼를 썼다.

알고 보니 이유는 준호 때문.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은 꽃미남 준호는 진희가 마음에 들자 문방구에서 산 반지를 끼워줬다. 세영이도 손을 내밀었지만 “니껀 없는데…”란 말이 돌아왔다. 그날부터 세영이는 진희처럼 여성스러워지려고 노력하는 걸까. 오늘도 세영이는 준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치마를 입는다.

정민이(6)는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말괄량이 지영(6)이에게 호감이 생겼다. 소심한 성격의 정민이는 지영이에게 말도 못 붙이고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지만 엄마가 새로 사준 학용품이나 사탕, 과자 등을 몇 달째 지영이에게 선물로 주고 있다. 매일 정민이의 책가방에는 지영이에게 줄 무언가로 채워져 있다. 지영이도 그런 정민이가 싫지는 않은 모양. 하교할 때 정민이를 불러 꼭 손을 잡고 집에 가곤 한다.

과거에 비해 어린 아이들의 이성에 대한 호감을 표현하는 정도가 적극적으로 변했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유치원 교사들에 따르면 보통 아이들이 한 친구에게 호감을 느끼는 기간은 짧게는 2~3주에서 길게는 2~3개월 정도이고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면 ‘나중에 커서 결혼하자’는 말을 제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 등에 어수선한 분위기를 타 공개적으로 볼에 가볍게 뽀뽀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고 주로 사탕이나 과자 등을 챙겨와 이성친구에게 선물로 주는 아이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이와스 영어유치원 부원장 이근혜(30)씨는 “요즘 아이들이 표현에 아주 적극적입니다.

그림을 그려도 가족은 멀리 떨어져 있고 남자친구랑 손을 꼭 잡은 장면을 그리죠. 교사들이 뭘 시키면 반항 하다가도 좋아하는 이성 친구가 하라고 하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로 하기도 하고요. 역할 놀이를 할 때도, 셔틀 버스를 탈 때도 꼭 옆 자리에 앉아 서로를 챙겨요”라고 말했다.

6살 된 딸아이를 둔 김희정(36ㆍ직장인)씨는 “처음에는 놀랐지요. 너무 성숙한 거 아닌가 싶어서요. 아이 아빠랑 걱정도 많이 했어요.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집에만 오면 그 친구가 보고 싶다며 울고 그러더니 최근에는 뜸 해졌어요.

전문가들에게 상의했더니 요즘 애들은 유치원에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다 한명씩은 있대요”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인터넷 사이트나 모임 등을 통한 정보 교환으로 이런 현상을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같은 유치원생의 이성친구 갖기 현상에 대해 서울 동작구 동작동 서머힐 어린이집 황인영(41) 원장은 “인터넷이나 TV에 자유롭게 노출돼 있고 부모의 애정표현도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무조건 나쁘다고는 볼 수 없고 이런 시기에 특히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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