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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최임학 "귀걸이? 용기를 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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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최임학 "귀걸이? 용기를 내 봐!"

입력
2006.02.0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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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성화장품 BM(브랜드 매니저)에서 뷰티트렌드팀으로 이동했다. 예상치 못한 이동 발령에 의아한 것도 잠깐, 주변 동료들이 던진 농담에 박장대소했다. “영전(?)의 결정적인 공헌자는 귀걸이”라는 것이었다.

4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TV에 나오는 남자 연예인들이 하고있는 귀걸이가 멋져 보여서 아내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나도 귀걸이 해볼까?” “하고 싶으면 해봐.” 아내는 설마 하겠냐는 투였다. 시큰둥하나마 허락은 떨어졌으되 결단은 쉽지않았다.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쓰였고 아무리 화장품회사에 다닌다지만 처자식을 둔 30대 남자가 귀걸이를 하고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게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그런 반복된 갈등이 계속되던 어느 날, 나는 작심을 하고 동네 근처 미용실에서 왼쪽 귀를 뚫었다. 세상에, 간절히 원하던 것을 이룬 심정이 이런 걸까. 마음이 뿌듯하면서 기분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들어서는데 아내랑 딸이 무척이나 신기한 듯 나를 바라봤다. 물론 아버님은 한심하다는 투로 당장 가서 빼고 오라고 하셨다. 하지만 웬걸, 마음은 한없이 뿌듯하고 기분이 붕 뜨는 것이다. 거리를 걸을 때면 귓볼이 까슬까슬한 게 자그마한 귀걸이에서 느껴지는 금속 느낌이 좋았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회사에서의 반응은 예상외로 폭발적이었다. 특히 여성 동료들은 “한 짝 남은 귀걸이를 주겠다” “어울리는 디자인을 추천해주겠다”며 비밀결사대의 동지라도 만난 듯 반겼다.

은근히 걱정스러웠던 업무에도 득이 됐다. 업무 관계로 모르는 사람과 처음 대면할 때는 귀걸이 하게 된 사연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터주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됐다. 당시만해도 연예인이나 특수 직종 아니고서는 귀걸이 한 남자가 꽤 드물던 터라 나에 대한 유쾌한 첫 인상을 만들어주는 데도 크게 일조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 중에도 나처럼 귀걸이를 하고싶은 사람이 꽤 많았는데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니 마케팅의 제 1원칙이 선점효과라는 것을 떠올리면 내게 ‘귀걸이 한 남자 1호’ 자리를 놓친 인물들이 이번 인사발표에 땅을 치고 후회해봤자 만시지탄일 터(용서들 하시라 ;). 감히 말하건대 가꾸는 남자가 경쟁력을 인정받는 시대, 꾸미는 것도 용기다.

㈜태평양 뷰티트렌드팀장 최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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