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2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치른 열린우리당 예비경선은 예상보다 싱거웠다. 정동영, 김근태 후보의 박빙 승부를 점치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정 후보가 비교적 여유 있게 1위를 차지했다. 또 40대 후보 중 1명이 탈락할 것이라는 예측 대로 이종걸 의원이 탈락했다. 때문에 환호와 탄식, 극적 장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예비선거에선 국회의원, 중앙위원, 상무위원 등 492명중 467명이 참가해 1인3표를 행사한 선거인단 투표(70% 반영)와 2,000명 기간당원을 대상으로 이틀 전 조사한 여론조사결과(30% 반영)가 합산돼 순위가 매겨졌다. 정 후보는 총득표수 기준으로 406표(21.0%)를 얻어 325표(16.8%)에 그친 김 고문을 81표(4.2%) 차로 앞질렀다.
정 후보는 당내 최대계파의 수장답게 조직 표를 십분 결집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후보는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김 고문에 2.4% 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지만, 선거인단 선거에서는 5%포인트 가까이 이겼다.
정 후보측은 당초 1인3표제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예선 결과만 본다면 오히려 의원 등 상층부에선 정 후보가 우위라는 김근태 후보측 주장이 더 정확했다고 볼 수 있다.
정 후보는 김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를 두 자릿수로 벌려 대세론으로 몰고 가겠다는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1위를 차지함으로써 일단 분위기를 장악했다고 볼 수 있다. 각 후보가 경쟁적으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내심 초조해 하던 정 후보측으로선 만족스럽진 않지만, 여유를 찾게 된 셈이다.
김 후보도 2위에 그쳤으나, 조직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는 등 선전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24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밀었던 배기선 의원이 정 후보측의 김한길 의원에 88대 49로 크게 진 후유증도 어느 정도 털었다고 할 수 있다.
김 후보측 우원식 대변인이 “조직선거 양상을 보인 선거인단 투표에선 차이가 있었지만, 여론조사차이가 크지 않아 희망을 갖는다”고 말한 데서 이날 결과에 큰 불만이 없음을 알게 한다.
2강 체제아래 치열했던 3위 다툼은 참여정치실천연대 단일후보로 나선 김두관 후보가 의정연구센터 등 온건파 친노 직계의 지원을 업은 김혁규 후보를 제쳤다. 김 후보는 30명이 넘는 현역의원의 지원을 업은 김 후보에게 선거인단 선거에선 밀렸지만 여론조사에서 다소 앞섰다. 두 후보의 격차가 총점 2점에 불과해 본선에서 3위를 둘러싼 경쟁이 1,2위 다툼 이상으로 볼만하게 됐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던 40대 재선그룹의 경쟁에선 40세로 최연소인 임종석 후보가 200점을 얻어 가장 앞섰다. 유일한 TK후보인 김부겸 후보가 183점으로 뒤를 이었다.
임 후보가 염동연 의원의 지원을, 김 후보가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의 지원을 받는 등 다른 40대 재선에는 없던 조직적 뒷받침이 있었던 게 큰 힘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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