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시력이 나빠졌나 봐요. 시력 검사 좀 해 주세요.”
초등학교 3학년 최모군의 어머니는 최근 아들을 데리고 안경점을 찾았다. 최군이 방학을 맞아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에 매달리고 텔레비전 앞을 떠날 줄 모르더니 갑자기 먼 곳을 볼 때 종종 눈을 찡그리는 습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안경점에서는 “근시가 생긴 것 같으니 안경을 써야 더 이상 시력이 나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권유했고, 최군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최군의 안경을 맞췄다. 그런데 최군은 안경을 쓴 이후에도 눈 찡그리는 습관이 나아지지 않았고 가끔씩은 ‘어지럽다’고 하더니 급기야 두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최군의 어머니는 결국 안과를 찾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의사는 “가성(假性)근시”라고 진단을 내리는 것이었다. 즉, 진짜 근시가 아닌 가짜근시라는 말이었다.
가성근시는 '학교근시'
가성근시는 6~12세 사이 초등학교생에게 주로 생긴다. 성장기 학생이 TV 시청, 컴퓨터게임, 독서 등을 무리하게 하다 보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때문에 가성근시는 ‘학교근시’라고도 한다.
가성근시의 원인은 바로 모양체 근육에 생기는 이상 경련. 우리의 눈은 가까운 곳을 볼 때는 수정체를 감싸고 있는 모양체 근육이 수축되어 두꺼워지고, 먼 곳을 볼 때는 모양체 근육이 늘어나며 수정체가 얇아진다. 이런 모양체 근육의 수축ㆍ이완력을 ‘조절력’이라고 하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이 조절력은 강한 편이다.
그런데 성장기 어린이가 장시간 가까운 거리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TV 시청 등을 하다 보면 근육이 수축된 상태에서 이상 경련이 일어나 먼 곳을 보더라도 근육이 늘어나지 않아 일시적으로 근시 상태가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이때 모양체 근육이 수축된 채로 계속 있게 되면 눈에 피로감이 쌓이며 두통까지 발생하게 된다.
가성근시, 안경점에선 알기 어려워
가성근시는 일반 시력검사나 굴절 검사로는 판단하기 힘들다. 때문에 가성근시인지 여부를 알려면 안과를 찾아 눈 속 근육을 풀어주는 약물을 눈에 넣은 뒤 시력을 검사하는 ‘조절마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이 검사를 받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자녀에게 안경을 씌우게 된다면, 일시적인 근시는 평생 근시로 굳어지는 상황도 벌어지게 된다.
서울 밝은 빛 성모안과 김용명 원장은 “안경을 안 쓰던 자녀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할 경우 안경점부터 가는 것보다는 반드시 안과를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생활습관 안 고치면 가성근시는 재발
가성근시는 생긴 뒤 2~3개월 내에 치료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한다면 약물요법으로 눈 속 근육을 풀어주고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정상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시력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나쁜 습관을 방치하면 가성근시는 재발하게 된다. 때문에 부모들은 지속적으로 자녀 생활습관에 관심을 갖고 지도를 해야 한다.
우선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눈과 책 사이의 거리를 약 30cm 정도 유지하도록 하는 게 좋다. 흔들리는 차 속에서의 독서도 좋지 않다. 또 1시간 책을 읽은 후에는 책을 덮고 5~10분 정도 먼 곳을 바라보며 눈 주위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TV는 적당한 거리에서 똑바로 앉아서 보는 게 좋고, 누워서 TV를 올려다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3세 이후 정기적 시력검사
아이들은 대부분 3~6세 때 어른들과 비슷한 시력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눈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이 시기를 놓치면 치료는 무척 어려워진다. 특히 선천성 질환, 사시, 약시, 근시, 원시, 난시 등 굴절 이상은 조기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적어도 자녀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꼭 정밀 시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부모가 고도근시인 경우는 자녀가 3세 이전에도 근시가 시작될 수 있으므로 좀더 일찍 안과를 찾아야 한다.
현재 대다수 부모들은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실시하는 시력검사의 결과만으로 아이들의 눈 건강을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적인 시력검사는 약식일 뿐이라 아이들의 시력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기 힘들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다. 때문에 자녀가 만 3세부터는 1년마다 정기적으로 시력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이럴 때는 안과에
아이들은 표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먼저 호소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부모들이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자녀가 밖에 나가면 유달리 눈을 부셔하며 제대로 눈을 못 뜬다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 이때는 아이들이 간헐성 외사시이거나 아니면 눈썹이 각막을 찔려 상처가 생긴 경우일 수 있다.
또 눈을 자주 비비거나 깜빡일 때, 엄마의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할 경우, 책을 너무 가까이서 볼 경우, 눈에 눈물이 자주 고이거나 눈곱이 끼는 경우, 먼 곳을 보며 눈을 찡그?때, 특별한 원인 없이 머리가 자주 아프다거나 어지럽다고 할 때는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