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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찬밥' 公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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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찬밥' 公安

입력
2006.02.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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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안부(公安部)는 말 그대로 공공의 안녕을 해치는 범죄, 국가안보와 사회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죄를 수사하는 부서이다. 불법 집회와 시위, 체임이나 불법파업 같은 노사의 불법 행위, 국가안보와 관련된 범죄행위 등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따라서 기능상 공안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없어서는 안 될 중추 조직이다. 중국에선 경찰 자체를 ‘공안’이라고 하지 않는가. 치안(治安)이란 말이 공공의 안녕을 도모한다는 뜻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공안’은 여전히 음습하고 위압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공안 하면 우선 과거 암울했던 군부정권 시절 고문과 간첩조작 같은 무시무시한 인권침해 사례를 떠올리게 된다. 중앙정보부, 안기부의 살기 번득이는 이미지가 오버랩 된다. 공안은 곧 까만 색안경을 낀 ‘기관원’의 이미지다.

세상이 변하면서 검찰은 공안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려고 노력해왔다. ‘신(新) 공안’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게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였다. 폭탄주 발언으로 유명해진 진형구 검사장이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맡으면서 ‘신 공안’을 외쳤다. 구(舊) 공안들은 그 때부터 찬밥 신세가 됐다.

과거의 공안경력이 흠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김 전 대통령 자신이 검찰 공안부의 ‘쓴맛’을 톡톡히 경험한 장본인이었다. 김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검사는 그 뒤 인사에서 몇 차례 물먹다가 옷을 벗었다.

현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과 함께 공안은 조직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김대중 정부 시절 4개과에서 3개과로 축소된 대검 공안부는 2개과로 더 작아졌고 전국 일선 검찰청의 공안과는 모두 폐지됐다.

검찰은 스스로 과거 무분별하게 남용된 국보법의 적용을 자제했다. 그러나 송두율, 강정구 교수 사건에서 보았듯이 검찰은 여전히 변화의 후미에 있다. 아직도 이념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놓이기 일쑤다.

1일 단행된 검찰 인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그 중에 하나는 이른바 ‘공안통’인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검사장급 승진에서 탈락한 것에 대한 논란이다.

강정구 교수 사건 처리과정에서 강 교수 구속을 강하게 주장해 검찰 수뇌부의 운신의 폭을 좁혔고, 그로 인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행사라는 초유의 파문을 불러온 데 대한 문책이라는 둥, 안기부ㆍ국정원 도청사건 수사에서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을 구속함으로써 여권의 미움을 샀다는 둥 해석이 다양하다.

지난해 검찰인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3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서 송두율 교수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박만 성남지청장이 승진에서 탈락한 뒤 사표를 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안부 검사들의 볼멘소리는 폭발 직전이다. “차라리 공안부를 없애라.” “이러면 누가 공안부 근무를 지원하겠느냐.”

검찰에선 이미 논란의 소지가 적은 기획부서가 뜨는 분위기다. 공안과 함께 검찰의 양대 축인 특수부도 정치인과 기업 등 권력자들의 미움을 사 도중에 낙마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수사보다 기획을 선호하는 검찰 조직의 미래는 어떨까. 지나친 우려라고 할지 모르지만, 어느 조직이나 몸 바쳐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 받을 때 조직이 살 수 있다.

과거 공안 조직의 잘못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신 공안’을 말하면서 여전히 과거의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검사도 더러 있다.

하지만 집권 3년이 되도록 국보법 개폐 작업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정부가 공안 검사들 탓만 하는 것은 우습다. 더구나 주요 공안사건에서 최종 의사결정권을 수뇌부가 쥐고 있는데도 실무 책임자를 문책한다면 당사자들이 수긍할 수 있겠는가.

김상철 사회부 차장대우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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