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보험 설계사인 장모(40) 씨는 자신과 가족 명의로 50여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한 달 보험료가 700만원이나 됐지만 보험사 생리를 잘 알고 있던 장씨에게 이 돈은 ‘투자금’일 뿐이었다.
이후 장씨는 2000년 10월부터 한 달 넘게 신장염 등으로 경기 부천의 B병원을 왕래하며 통원치료를 받은 뒤 입원치료를 받은 것처럼 속여 S보험사에서 365만원을 받아 챙겼다.
장씨는 같은 수법으로 1년 동안 22차례에 걸쳐 ‘가짜 입원환자’ 행세를 하며 8개 보험사에서 7,000만원을 가로챘다.
부엌가구 영업을 하던 김모(51) 씨는 만성간염을 앓고 있었지만 이를 숨기고 각종 보험에 가입한 뒤 영업이 잘 안 되는 매년 6,7월에는 ‘돈을 벌러’ B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2000년 6월 38일 동안 통원치료를 받았지만 병원에서 허위 입원확인서를 발급 받아 보험사로부터 45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이후 2년 반 동안 53차례 걸쳐 6개 보험사에서 5,7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장씨, 김씨 같은 ‘나일론 환자’들이 이처럼 손쉽게 보험금을 받아 챙길 수 있었던 데에는 B병원 원장 A(55)씨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A씨는 통원치료를 받는 장씨를 입원환자로 등록시키고 허위로 입원확인서를 작성해 주었다.
병원측은 같은 방법으로 1998년 11월부터 4년 동안 5명의 가짜 입원환자에게 27차례에 걸쳐 허위 입원확인서를 발급해 이들이 보험사에서 모두 1억5,000만원을 가로채도록 도와주었다. 이를 통해 병원 수입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A씨는 1999년 12월 소화성 궤양으로 통원치료를 받으러 온 추모(46)씨를 심근병증 등으로 입원치료 했다고 허위 요양급여비용 청구서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해 78만원을 받아내는 등 8차례에 걸쳐 420만원을 편취하기도 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2일 장씨와 김씨에게 사기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또 환자들의 보험금 편취를 도와주고 요양급여비용을 챙긴 A씨에게는 사기 및 사기방조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입원이란 하루 6시간 이상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을 의미하는데 피고인들은 입원치료 시간이 6시간이 되지 않거나 입원기간 중 1주일에 3, 4차례 정도 점포에 가서 일을 하는 등 자주 외출했으며 입원기간 대부분 병원에서 잠을 자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