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나마 훈장이 주인을 찾아 다행입니다.”
부산의 한 스님이 11년 동안 주인 없던 독립운동가의 훈장을 수소문 끝에 후손에게 찾아줬다.
부산 영도구 신선동 복천사 6대 주지 경호(사진) 스님은 1921년 복천사를 창건한 불화(佛畵)의 대가 완호(속명 양낙현) 스님의 행적을 연구하다 완호 스님의 둘째아들인 고 양정욱 선생이 일제 당시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양정욱 선생은 1927년 옛 부산상고(현 부산개성고) 재학시절 독립운동단체인 흑조회(黑潮會) 활동으로 체포돼 옥고를 치르다 22세의 나이로 병사, 순국했다. 당시 학생과 일반인이 회원인 흑조회는 비밀리에 월간지를 발행하는 등 항일투쟁을 전개하고 민족의식을 고취시켰다. 정부는 양정욱 선생의 업적을 인정해 9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그러나 양정욱 선생의 후손이 없는 터라 훈장은 연고자를 찾지 못하고 최근까지 모교에 먼지만 덮인 채 보관돼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경호 스님은 지난해 11월 사찰 법회를 통해 완호 스님의 외손자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소문 끝에 양정욱 선생의 외조카인 박헌목(65) 부산 경성대 법학과 교수를 만나 훈장을 전달했다.
스님은 “10년 전 입적한 도해 스님과 노신도들로부터 일제 당시 독립운동가들을 사찰 법당에 숨겨줬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스님의 후손들이 항일운동에 기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라도 알려져 기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복천사가 건립 중인 완호 스님 작품전시관에 훈장을 기증하기로 했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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