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네 살 된 김은빛(서울 상봉동)은 오후 2시에 어린이 집에서 돌아오면 컴퓨터(PC) 앞으로 달려간다.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혼자서 PC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한다. 능숙하게 마우스를 조작해 맞벌이인 부모가 돌아올 때까지 각종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
요즘 은빛 또래의 유아들 상당수는 글자를 몰라도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그만큼 정보기술(IT)에 쉽게 익숙해지는 반면 유해사이트 등 역기능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일 발표한 2005년 하반기 정보화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정통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7,076가구의 1만8,683명을 대상으로 2005년 하반기 정보화 실태를 조사한 결과 만 3~5세 유아의 인터넷 이용률이 47.9%로 나타났다. 특히 유치원이나 놀이방에 다니는 유아들의 인터넷 사용률이 58%로, 다니지 않는 유아들보다 높았다.
유아들이 인터넷을 처음 시작한 평균 나이는 3.2세였으며, 주당 4.8시간을 게임 등 여가활동(92.5%)을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인터넷을 교육용으로 활용한다고 중복 응답한 유아는 38.9%에 불과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유아들의 경우 TV 시청보다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당 평균 TV 시청시간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유아들은 17.1시간이었으나 인터넷을 즐기는 유아들은 16.6시간이었다.
그만큼 인터넷을 사용하는 아이들은 또래들에 비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음란물이나 폭력 게임 등 유해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 또한 높다.
정통부의 라봉하 인터넷정책과장은 “유아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우연히 유해 정보와 마주칠 수 있다”며 “유아들의 주 사용시간도 부모들이 집을 비우는 평일 오후 3~6시가 30% 이상으로 가장 많은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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