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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돌아온 '秋史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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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돌아온 '秋史 편지'

입력
2006.02.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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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금석학(金石學)의 대가이자 시서화(詩書畵)에 두루 능했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ㆍ1786~1856). 그의 친필 편지집과 유품, 관련 서적 등 2,700여점을 일본인 소장자가 한국에 기증했다.

경기 과천시는 최근 일본인 후지츠카 아키나오(藤塚明直ㆍ94)씨로부터 추사 친필 등을 기증받아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후지츠카씨는 식민지 시대에 추사 연구를 개척한 일본인 학자 후지츠카 츠카시(藤塚隣ㆍ1879~1948)의 아들로, 부친이 평생 수집한 자료 중 소장품 일체를 기증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 가운데 ‘기양제첩’(寄兩弟帖)은 추사가 40대 초반이던 1827, 8년 두 동생 명희(命喜) 상희(相喜)에게 보낸 편지 13건을 모은 것으로, 형제간의 두터운 정을 담고 있다. 기양제첩은 추사의 가족사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추사체가 확립되기 이전의 추사의 글씨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함경도 북청에서의 유배생활을 마치고 과천에 머물던 추사가 1852년 제자인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에게 보낸 간찰(簡札) ‘기우선’(寄藕船)도 함께 공개됐다. 추사는 이 간찰에서 “품격 높은 문장은 대단히 곱씹을 만할 뿐더러 차가운 부엌에 온기가 돌게 합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지내며 애써 몹쓸 글 짓느라 힘들지 않으신다 하니 얼마나 반가운 일입니까. 저는 추위에 대한 고통이 북청에 있을 때보다 더 합니다…저무는 해에 온갖 감회가 오장을 온통 휘감고 돌아 지낼 수가 없습니다”라며 사제간의 돈독한 정과, 당시의 외로움을 함께 전하고 있다. 두 사람 사이를 오간 편지 실물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기우선’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증품 가운데는 이밖에도 추사와 청대 학자들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한 제자 이상적, 추사의 아우로 청대 학계와 교류가 깊었던 명희, 그리고 청대 학자들이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 영재 유득공(柳得恭) 등에게 보낸 글과 그림 등 서화류 60~70점, 청대 학술 특히 경학에 관한 주요 자료인 ‘황청경해’(전 680책) 등 고서적 2,500여 책이 포함돼 있다.

이들 자료는 추사 한 사람에 대한 연구 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과 청의 학술ㆍ문화교류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천시 관계자는 “후지츠카씨로부터 자료를 받을 때 전문가가 동행해 감정을 마쳤으며, 아직 감정이 완료되지 않은 자료는 추후 진품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과천시는 현재 건립 추진중인 종합문화회관에 후지츠카 츠카시 자료관을 설치, 이 자료들을 보관하고 향후 한글 번역 사업과 함께 문화재 등록 절차도 밟기로 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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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츠카 츠카시씨는 1920년대 초 중국 베이징(北京)에 유학할 당시, 그곳까지 명성을 떨치던 조선시대의 실학자 박제가(朴齊家ㆍ1750~1805)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공교롭게도 1926년 경성제대 교수로 부임, 박제가를 연구하다 추사 연구로 범위를 넓혔다. 근대적 방법론을 통해 청대의 학술을 연구하던 그는 추사가 금석학과 예술에만 머물지 않고 청대의 학술, 특히 경학(經學)에 정통했다는 사실을 알고 본격적으로 추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오랜 기간 서울 인사동과 베이징의 유리창(고미술 거리)을 돌며 자료를 수집했다. 1932년 서울 미츠코시 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에서 ‘완당 김정희 선생 유묵ㆍ유품 전람회’가 열렸을 때 자신의 수집품 16점을 내놓기도 했다.

소장품 가운데 ‘세한도’(歲寒圖)는, 서예가이자 추사 연구가인 소전(素荃) 손재형(孫在馨ㆍ1903~1981) 선생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패망하기 직전 그를 방문, 설득한 끝에 찾아와 현재 국보 180호로 지정돼 있다. 후지츠카 츠카시씨는 아직도 추사 연구의 1인자로 꼽힌다.

아들 후지츠카 아키나오씨는 고교 교사와 대학강사 등을 지냈다. 그는 지난해 12월 과천시 관계자의 방문을 받고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자료의 기증을 결심했다.

과천시는 추사가 말년을 과천에서 보낸 사실을 들어 추사 서거 150주년 기념 한중일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키로 하고 아키나오씨를 초청하기 위해 그를 찾았다. 아키나오씨는 자료를 기증하면서 “추사 연구는 물론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학술 교류에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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