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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연구회 신임 회장 한규철 교수/ "中, 발해 연구 열심인데 우린 남의 일 처럼 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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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연구회 신임 회장 한규철 교수/ "中, 발해 연구 열심인데 우린 남의 일 처럼 여겨"

입력
2006.02.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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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나 내년에 중국이 발해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발해 역사를 되살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정치적 이념이나 관광 등 상업적 계산 때문에 진행되는 것이라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고구려사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학술단체인 ‘고구려연구회’의 새 회장에 한규철(55) 경성대 교수가 선출됐다.

10년 가까이 연구회를 이끈 서길수 서경대 교수와 서영수 단국대 교수에 이어 3대 회장이 된 한 회장은 발해사 전공자다. 그는 자신의 회장 피선에 대해 “한국사의 부록처럼 취급된 발해사를 온전한 우리 역사의 한 부분으로 알릴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의미를 푼다.

고대사까지 포함해 중국 동북 지역의 역사를 모두 중국사로 만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일환으로 중국이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발해사 복원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발해의 도읍 상경용천부 자리인 헤이룽장(黑龍江)성 닝안(寧安)시 보하이전(渤海鎭)을 비롯, 지린(吉林)성 허룽(和龍)현 서고성(중경현덕부) 등 발해 5경(京)의 유적에 대한 발굴이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예정이다. 복원이 “당나라식”이라는 일부 우려에 대해 그는 “궁성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무조건 잘못이라고 몰아 부치기는 어렵다”면서도 “한국 학자나 언론의 접근을 차단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는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한 회장이 1991년 ‘발해의 대외관계 연구-신라와의 관계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고려대에서 국내 발해사 1호 박사가 된 이후 지금까지 발해사 박사 학위자는 모두 10명 정도에 불과하다. 송기호(서울대) 박진숙(충남대) 교수, 고구려연구재단의 임상선 김은국 윤재운 연구위원 등이 역사학 전공이고, 건축학에서 이병건 동원대 교수, 그리고 미술사와 복식사 분야에 박사 학위자 몇몇이 있다.

연구층이 탄탄치 못한 것도 문제지만, 발해사 연구자들을 더 맥빠지게 만드는 것은 비전공 학자들이 “발해사는 한국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일 때다. 발해사 논란의 중심에는 항상 발해의 민족 구성이 고구려와 말갈로 이분돼 있었다거나,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이 말갈계였다는 주장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한 회장은 “이분법 자체에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말갈’은 특정 종족을 지칭한다기보다는 당시 중국인들이 동북 지역민 일반을 낮춰 쓴 말로 봐야 한다”며 “발해를 고구려인과 말갈인들로 딱 나누어 구분하고 말갈계가 다수인 나라였다고 한다면 고구려 역시 그런 식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신당서(新唐書)가 대조영을 ‘속말말갈’이라고 한 것도 ‘속말’(쑹화강)이라는 변두리 지역의 사람이라는 의미로 풀이했다. “무작정 민족주의를 외쳐도 안되지만 민족주의의 혐의를 앞세워 연구결과를 부정하는 풍토도 잘못”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올해 10월 발해에 관한 국제학술회의를 준비 중인 그는 “고구려와 발해사를 중심으로 정보 교류 등 고대사 연구자들의 네트워크 강화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KBS가 올해 8월부터 100부작의 대하 사극 ‘대조영’을 방송하는 등 고구려와 발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기업은행, KTF 등 민간기업의 지원도 우리 역사를 지키는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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