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은퇴한 변호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던 7점의 명화를 28년 동안 갖고 있었다고 돌연 밝혀 그림 주인과 주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보스턴글로브는 1일 “보스턴 근교 팰머스에 살고 있는 71세의 전직 변호사가 수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그림들을 몰래 숨겨왔다고 고백했다”고 보도했다.
1995년 변호사 직에서 물러난 로버트 마디로시안의 손에 그림들이 들어온 것은 78년. 같은 해 영국 버크셔 주의 한 미술품 소장가의 집에서 도난당한 것들이다.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젊은이 데이빗 콜맨은 담당 변호사였던 마디로시안을 찾아와 “그림을 훔쳤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조언을 구했다. 마디로시안은 “장물을 팔려다 걸리면 형량이 더 높아질 수 있으니 우리집 다락에 숨겨두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콜맨은 79년 빚쟁이들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했고, 그림은 변호사에게 남겨지게 된다. 마디로시안은 “도둑이 죽기 전까지 그림 가방을 열어보지도 않았다”며 “어떻게 해야 할 지 궁리하느라 긴 세월이 흘러버렸다”고 변명했다.
플라스틱 가방 속에는 3,000만 달러(약 290억원)의 가치를 지닌 세잔의 명화 ‘화병과 과일’을 비롯해 야수파 거장 하임 수틴의 작품 ‘젊은 남성의 초상’ 등 7점의 작품이 들어있었다.
마디로시안의 뒤늦은 고백에도 불구하고 원 그림 주인인 마이클 배크윈은 “그는 명화를 돌려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를 볼모로 흥정까지 벌인 악질”이라고 비난했다. 마디로시안은 실제로 파나마에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그림을 팔아치우려고 시도해왔다. 99년에는 이 회사를 통해 주인에게 접근, 세잔의 그림을 돌려주는 대신 나머지 작품들의 소유권은 자신이 갖도록 한 불공정계약을 성립시키기도 했다. 배크윈은 지난해 영국 런던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보스턴글로브는 “영국의 한 미술품 도난 추적 기구가 이 유령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면서 “마디로시안이 회사의 정체가 드러날 조짐이 보이자 먼저 입을 연 것 같다”고 보도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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