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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상 '경제 빅뱅'…국내 반발 만만치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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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상 '경제 빅뱅'…국내 반발 만만치 않을 듯

입력
2006.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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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FTA가 몰고 올 경제적 위력은 IMF체제이후 최대의 ‘빅 뱅’으로 비유해도 크게 지나치지 않는다. 그 개방효과는 단지 양국간 교역증대 차원을 넘어 국내 산업구조조정, 나아가 한국경제의 미래생존모델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FTA가 체결되면 두 나라의 경제적 국경은 상당부분 허물어지게 된다. 쌀 등 몇 가지 민감품목을 제외한 대다수 공산품은 관세가 없어지고, 금융 법률 의료 교육 등 서비스분야도 장벽도 상당부분 철폐될 것이다. 단일시장까지는 아니겠지만, 두 나라의 경제적 거리는 중국 일본 못지 않게 가까워지게 된다.

모든 개방조치가 그렇듯, 한ㆍ미 FTA도 동전의 양면을 갖고 있다. 특히 축산물 등 농업분야에선 개방의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단기적으론 농업부문을 중심으로 8만5,000개의 일자리가 날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게 일반적 견해다. KIEP도 길게 보면 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등 경쟁국에 밀려 점차 잃어가는 세계최대의 미국시장을 다시 국내기업의 수출무대로 부활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미국에 ‘FTA 러브콜’을 보낸 이유도 일본 중국보다 미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FTA가 완성되면 미국기업과 자본의 국내유치도 촉진될 것이다. “거대 미국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경제적 이득은 물론 주한미군 몇 만명 못지 않은 안보효과도 있다”는게 정설이다. 지지부진한 동북아허브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산업구조조정 효과도 크다. IMF를 통해 국내산업기반이 한단계 도약했던 것처럼, 한ㆍ미FTA를 통해 국내산업은 업그레이드 기회를 맞게 됐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없는 기업과 산업의 도태는 불가피하겠지만, 이것 자체가 전향적 구조조정의 과정이기도 하다.

남는 문제는 FTA협상과정에 나타날 국내의 진통과 이를 완화할 충격완충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ㆍ칠레 FTA도 그토록 힘들었는데, 그 보다 몇 백배 위력을 지닌 한ㆍ미 FTA 추진과정이 쉬울 리는 없다. 경희대 유현석 교수는 “국내협상과정에서 지방선거와 대선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인들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상 자체도 한국 보다는 미국이 공세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구나 교섭시한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정부가 대외협상(미국)과 대내협상(이해집단)의 비좁은 틈바구니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타결이 되더라도 그것은 시작일 뿐이다. KIEP 이홍식 FTA팀장은 “멕시코는 미국과 FTA이후 교역과 외국인투자는 늘었지만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개방전략과 국내산업정책이 효과적으로 연계되어야 FTA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 한·미 FTA체결되면…업종별 희비 전망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돌입함에 따라 FTA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한ㆍ미 FTA가 체결되면 국내산 자동차, 섬유, 전기전자 제품 등에 대한 미국 시장의 수입장벽이 사라져 대미 수출은 12~17%,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업 분야에서도 국내에 일자리 7만8,000개가 창출되고 GDP가 13조원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농ㆍ수산업 분야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자리가 8만5,000개 정도 줄어들고 농업생산도 최악의 경우 8조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은 한ㆍ미 FTA체결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업종별 기상도다.

자동차와 섬유, 의류, 전자산업 등이 수출증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관세(한국 8%, 미국2.5%)가 철폐되면 수출은 늘고 수입증가 효과는 크지 않을 대표적인 FTA 수혜업종은 자동차다. 전자제품도 수출확대가 기대된다. 가정용 전열기기 등 관세율이 높은 품목의 수출이 활성화되고 수입의 경우 IT제품은 이미 무관세로 적용돼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섬유제품은 5% 이상의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이 1031개, 10% 이상 적용되는 품목이 546개나 돼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이 늘 것으로 보인다. 또 타이어와 신발ㆍ모자, 가죽제품 등도 수출증가로 수혜가 예상된다.

석유화학산업은 가격경쟁이 치열해 관세가 철폐되면 수입이 급증할 전망이다. 톨루엔, 크실렌, 이염화에탄 등 기초원료 품목과 합성수지의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계류에서도 증기터빈부분품과 반도체 제조용기기가, 철강금속류에서는 알루미늄 합금판 등의 수입이 늘 전망이다. 반면 철강제품은 지금도 관세가 거의 없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비스 시장 개방은 국내 일자리 창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건설 숙박ㆍ음식ㆍ교육 의료 서비스 부문에서 5만개(0.45%), 장기적으로는 통신ㆍ방송ㆍ금융ㆍ보험 사회보장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7만8,000개(0.69%)의 고용창출이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업체들의 국내시장 잠식도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금융, 의료, 법률, 교육 분야에서 미국 업체들의 공세에 국내 시장의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농산물 분야에서 한미 FTA는 한ㆍ칠레 FTA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큰 피해가 예상된다. 협상 과정에서 농업의 민감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정치ㆍ사회적 갈등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축산물(쇠,닭, 돼지고기)과 낙농제품(탈지분유, 유장분말 등), 곡물류(대두, 맥류,서류 등), 과일(사과, 포도, 감귤, 복숭아 등), 채소(양파, 마늘, 고추 등)와 잎담배, 천연 꿀, 인삼 등도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국의 FTA 협상 결과에 따라 양허품목과 관세율 감축폭이 결정되기 때문에 아직 그 피해규모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일례로 양허품목에 쌀을 넣을지, 현행 40%인 쇠고기 관세율을 미국에 대해서는 몇 %로 낮출 건지 등 협상 주요 쟁점들이 남아있다.

그러나 각종 연구 결과를 보면 한ㆍ미 FTA로 인한 농업부문 생산감소가 최대 8조8,000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 농산업계는 지난해 농업부문의 GDP 추정액이 20조원인 점에 비춰 거의 절반가량이 고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쌀이 양허품목에서 제외될 경우 최대 피해 품목은 축산물이 된다. 수산물 수입도 연간 10~12% 증가해 수산업계의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냉동 명태연육의 수입이 늘어 전체 수산물 수입 증가분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한·미 FTA 협상, 민감품목은 예외 요구할 것"

김현종(사진) 통상교섭본부장은 2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 롭 포트먼 대표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공식 출범을 발표하기 앞서 1일 워싱턴의 한국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미 FTA가 궁극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 개시를 미 의사당에서 발표하는 이유는.

“미국측이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의사당에서 발표하자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한미 FTA의 효과는.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가 올해 말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로 가기 위해선 한미 FTA가 필요하다.”

-스크린 쿼터 축소는 미국의 전제조건이었나.

“그렇지 않다. 1997~98년 외환위기 때 미국과 투자협정(BIT) 체결을 위해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미국측에 이미 73일을 제안했었다.”

-농산물에 예외를 두지 않기로 한미간에 합의한 바가 있는가.

“협상도 시작하지 않은 만큼 합의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든 FTA엔 예외가 있다. 민감품목에 대해선 예외를 요구해야 한다.”

-민감품목인 쇠고기 사과 고추 등에 대해 예외를 요구할 것인가.

“어떤 상품에 대해 예외 여부가 결정된 게 없다.”

-농업 외에 한미 FTA의 부정적인 영향은 어떤 게 있나.

“ 제일 민감한 게 금융서비스일 것이다.”

-FTA 협상이 미국의 신속협상권(TPA) 시한을 넘기게 되면.

“미 의회 비준 때 개별적으로 의원들을 설득해야 하므로 그야말로 악몽 같은 상황이 된다. 현실적으로 안 되는 거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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