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사회참여는 1985년의 참여, 발전, 평화를 구호로 내세운 ‘세계 청소년의 해’ 선언 이래 세계 청소년계의 오랜 화두였다. 선진국들은 이미 청소년들의 정책결정과정 참여를 위한 다양한 통로를 열어두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23세 재선의원이 연방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등 청소년 사회참여가 활발하다.
그러나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회참여 활동은 아직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뒤늦게나마 청소년에게 사회참여 기회를 부여하고자 청소년 관련 정부정책 수립과정에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만13~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한 제2기 ‘청소년참여위원회’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청소년참여위원회는 청소년들이 정부 정책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해 자신들의 권익 증진을 도모하도록 한 기구다.
하지만 여전히 입시 위주의 교육관행, 위계적 서열 중심의 사회풍조, 청소년들의 정책 참여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 청소년들이 할 일은 공부 뿐이라는 숭문사상 등이 청소년들의 사회참여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의 거리 응원, 두발 자유화 주장 등에서 보듯이 청소년들도 개별 인격체로 존중 받기를 원할뿐 아니라 이들의 의식수준도 기성세대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급속히 성숙해가고 있다. 특히 정보화사회의 도래는 청소년들이 사회구성원의 큰 부분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청소년은 미숙한 존재이며 보호의 대상이라는 인식도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 이제는 보호라는 이름으로 꽉 짜인 울타리 안에 그들을 가두기 이전에, 그들의 생각에 열린 마음으로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은 청소년 개개인을 위해서나 우리 사회,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나 꼭 필요한 일이다.
정부도 지금까지보다 더 적극적으로 청소년의 위상 제고에 나서야 한다. 청소년들이 학교와 집, 학원을 빙글빙글 도는 단조로운 일상의 틀을 깨고 나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몰두하고, 또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이상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서는 다소 낯설고 실험적 시도인 청소년 참여위원회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이 미래 한국호의 방향타를 쥐고 멋지게 항해해 나가는 지도자가 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이광호 청소년위원회 청소년정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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