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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尹…하이에나尹…잇속尹" 주변인이 말하는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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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尹…하이에나尹…잇속尹" 주변인이 말하는 실체

입력
2006.02.0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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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브로커 윤상림(54). 공소 사실과 주변 인사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정치권ㆍ군ㆍ검찰ㆍ경찰의 고위층과 교분을 가진 잘 나가는 브로커의 행태를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이권이 있는 곳엔 하이에나처럼 달려가 물어뜯는 ‘조폭’과 닮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그를 두고 “상대방에게 신뢰와 두려움을 모두 주는 독특한 존재였다”고 말했다. 공무원 사회에서 민간 기업까지, 유력인사부터 평범한 직장인까지 우리 사회를 종횡무진한 그의 범죄 행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 인맥은 나의 힘

윤씨 힘의 원천은 바로 마당발 인맥이다. 체포 당시 갖고 있던 윤씨의 수첩에는 직업군별로 유명인사 1,000여명의 이름과 직통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고위 장성 출신으로 공기업 사장을 지낸 K씨는 “윤씨는 웬만한 군 장성, 검ㆍ경 고위직 간부 이름을 꿰고 있었고 더러는 그들을 ‘걔’또는 ‘쟤’로 지칭할 만큼 안하무인이었다”고 말했다.

군 시절 골프장에서 기무부대장의 소개로 윤씨를 만났다는 그는 “공기업으로 옮긴 뒤에도 숱하게 전화를 걸어와 당시 비서실장이 전화를 거르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며 “2000년 무렵 모 정당에 있을 때는 정치인과의 식사 자리에 윤씨가 불쑥 모습을 드러내 원치 않는 조우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윤씨는 학벌이 없는 등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큰 손’ 행세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매년 명절 때면 선물 운송팀을 따로 꾸려 3~4일에 걸쳐 하루 100여 곳씩 선물을 돌렸다고 한다.

그가 보여준 배포는 이 뿐이 아니다. 한국토지공사 본사 내에 300여평 규모의 사무실을 임대해 초화판 집무실을 꾸미는가 하면, 골프를 치러 지방에 갈 때면 관용 헬기와 경찰 사이드카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술ㆍ골프ㆍ고스톱 접대 등으로 고위층과 한번 인맥을 쌓으면 자연스럽게 조직 전체를 쥐락펴락할 만큼 위세를 얻었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아랫사람들이 ‘윗분’과 통하는 그를 만나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윤씨에게 인사 청탁을 한 경찰 간부는 “발렌타인 21년산 양주를 선물했더니 싸구려라며 여직원에게 던져주더라”고 말했다.

▦ 네거티브 로비 전략

윤씨의 로비 수법은 윗사람에게 돈을 주고 청탁을 성사시키는 통상의 브로커와는 달랐다. 로비 대상을 은근히 협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기문 전 경찰청장과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 모두 윤씨에 대해 “내치면 뒤에서 험담을 하기 때문에 가까이 할 수도 멀리 할 수도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윤씨와 대판 싸우고 난 뒤 좌천되거나 해직된 경찰 간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고위 관료들과 직접 통화를 하는 동안 특정인을 지칭하며 “죽일 놈이다. 조직에서 매장시켜야 한다”면서 위세를 부리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는 고위직의 경쟁자 관계까지 이용할 정도였다”며 “특히 윗사람일수록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윤씨에게 날개를 달아줬던 유력 인사마저도 나중에는 그를 두려워하게 됐다는 의미다. 고위 경찰 간부, 현직 판사, 변호사가 그에게 돈을 준 사실만 드러나는 ‘이상한’ 현상도 이런 모습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 각종 이권 사냥

윤씨는 사회 고위층과 친분을 바탕으로 건설공사 수주, 공직자 인사청탁, 검ㆍ경 수사 무마청탁 등의 명목으로 돈을 챙겼다. 특히 약점이 있는 기업가를 상대로는 무자비한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진승현 게이트’로 복역 중 신병치료차 병원에 나와 있던 진씨를 찾아가 꾀병이라고 폭로하겠다며 7.000만원을 받아냈고, L제과와 주식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던 스포츠복권 사업자 송재빈씨에게는 세무조사 등으로 겁을 줬다.

송씨는 검찰에서 “‘나한테 잘못하는 놈치고 잘 되는 놈 하나도 없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윤씨는 친동생의 친구 등 가까운 지인들에게까지 손을 벌린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윤씨가 읍소까지 하면서 “집세도 못 내고 생활이 어렵다”, “급전이 필요한데 며칠 안에 갚겠다” 등의 이유를 대자 그의 평소 배경을 믿고 선뜻 거액을 내줬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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