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공급 문제를 놓고 맞붙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인구 40만의 흑해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을 두고 2라운드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31일 “양측이 전쟁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천연가스 가격을 4배 이상 올리겠다며 압박했을 때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함대 임대료를 4배 인상하겠다고 맞대응해 이 문제를 놓고 양측이 한차례 설전을 벌인 바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흑해 함대는 두 나라가 분할 배속됐다. 97년 양측은 러시아가 매년 임대료 9,800만 달러를 지불하는 대신 2017년까지 세바스토폴 항구를 사용한다는 데 합의했다. 현재 이 곳에는 러시아 군함 30여 척과 러시아 해군 1만 4,000명 이상이 주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임대료 인상 위협에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가 (1997년) 협정을 어긴다면 크림 반도를 빼앗겠다”며 ‘전쟁 불사’카드를 꺼냈다.
워싱턴 포스트는 2004년 오렌지 혁명으로 집권한 후 친 서방 정책으로 돌아선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군기 잡기로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주민 대부분이 친 러시아 성향이라는 점을 이용, 러시아 정부가 오렌지 혁명 당시 쫓겨난 이 지역 관리에게 피난처와 러시아 시민권을 주고 함대시설 유치지역에 특별지원금을 약속하는 등 여론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도 전해진다.
유시첸코 대통령도 물러설 여지가 별로 없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원하는 그에게 러시아 해군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4일 러시아와 함께 사용하던 얄타 해변 등대 관할권을 회수한데 이어 또 다른 등대 관할권 회수도 추진할 예정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