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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옛 안기부 건물 '젊음의 양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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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옛 안기부 건물 '젊음의 양지'로

입력
2006.02.0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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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성’이었던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청사가 전 세계 젊은이들이 찾는 서울유스호스텔로 변신해 23일 개장한다. 단순한 정보기관을 넘어 정치공작과 고문수사까지 서슴지 않았던 과거의 안기부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1일 오전 찾아간 서울 중구 예장동 산 4의5 옛 안기부 본관(지하1층 지상6층ㆍ연면적 1,972평)은 유스호스텔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정리가 한창이었다. 인부들은 여기저기서 침대 등 가구를 배치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건물 골조는 옛모습 그대로지만 외벽은 투명 유리로 부분 장식됐다. 이제는 과거의 모든 비밀을 털어내고 속살까지 환하게 비추고 싶다는 듯. 숙소 바닥에는 깔끔한 황토색 바닥재가 깔렸고 벽도 하얀 색 벽지로 새 단장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남산에 둘러싸인 이 건물은 산책로를 올라가는 시민들과 어울리며 평화로운 모습을 자아냈다. 7층 옥상에서는 시내의 풍경이 고스란히 내려다 보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1961년 출범 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청사를 갖고 있던 중앙정보부는 72년 새 건물을 지어 이곳으로 이사했다. 81년 기관 이름이 바뀌면서 안기부로 불리게 됐지만 건물 외관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리고 96년 서울 서초구 내곡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건물은 그대로 사용됐다. ‘집터가 세다’는 풍수지리가들의 지적이 사실인지 여기서는 73년 10월 서울대 최종길 교수 의문사 등 수많은 사건이 발생했다.

96년 옛 안기부 터를 인수한 뒤 본관 건물을 시정개발연구원과 건설안전본부 등의 사무실로 활용해온 서울시는 이 건물을 리모델링해 국ㆍ내외 젊은이들을 위한 숙발시설로 만들기로 하고 2004년 4월부터 81억원을 들여 공사를 해왔다.

리모델링된 유스호스텔 건물에는 침대식과 온돌식 2~8인 객실 50개(306명 수용)가 들어섰다. 휴게실(55평)과 식당(75평), 회의실 3개, 비즈니스룸, 공동 취사장 등의 부대시설도 갖췄다. 이용료는 6만(2인실)~12만원(8인실)이다.

하지만 이 건물 지하는 고문이 자행되던 지하 3층짜리 벙커 건물(소방방재센터)과 연결돼 여전히 독재권력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총 658억원을 들여 5년 동안 뜯어 고쳐진 소방방재센터에도 지하로 통하는 계단과 남산 1호 터널 근처로 연결되는 지하 대피로가 남아 있다.

이 건물 주변(대지 2만4,000평)에는 옛 안기부장 공관, 옛 안기부장 경호원 숙소 등 안기부 건물 13개(연면적 1만2,000평)가 모여 있다.

96~96년 서울시가 본관 건물과 함께 안기부 터를 인수할 당시 41개 건물(연면적 1만 3,958평)이 있었지만 남산 제 모습 찾기의 일환으로 초소와 벙커 등이 헐어 버렸기 때문이다.

옛 안기부장 공관은 2001년 리모델링을 거쳐 ‘문학의 집ㆍ서울'로 탈바꿈했고 그 옆 옛 안기부장 경호원 숙소는 헐린 뒤 지난해 11월 산림문학관이 신축됐다.

옛 안기부 터의 나머지 건물엔 도시철도공사 연수원, 소방방재본부, 뉴타운사업본부, 교통방송 등이 자리하고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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